밀실트릭 ‘공모의 허와 실’
밀실트릭 ‘공모의 허와 실’
  • 윤원진 기자
  • 승인 2017.09.06 2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 윤원진 차장(충주주재)

밀실트릭이란 추리소설 등 미스테리 콘텐츠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이벤트 클리셰이다.

외부와의 소통과 개입 양자가 모두 불가능하도록 밀폐된 환경을 밀실이라 하며 그 상황에서 사건 발생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 장치, 서술방식 등을 밀실트릭이라 한다.

밀실사건의 답을 푸는 건 추리, 미스테리 콘텐츠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정말 기발한 방법으로 밀실사건 트릭이 드러나면 독자들은 무릎을 치며 환호하겠지만, 어처구니없는 방법이 트릭이라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충주시에서 후자에 해당하는 밀실트릭으로 공모사업을 진행했다는 말들이 돌고 있다.

전국체전을 대표하는 기획공연 공모 결과 아마추어 성향의 예술단체들이 다수 선정됐기 때문이다.

충주시는 지난 6월 청년작가, 원로작가, 생활문화(동아리) 관련 단체 또는 개인만을 대상으로 공모를 시행해 이미 각각 수백만 원씩 지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모전에는 지난 공모에 참여치 않은 기성작가와 전문 예술인들에게 기회를 확대 제공키로 약속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선정된 단체 대부분은 아마추어적 동호인 성격의 단체와 청년 팀이었다. 물론 그들 나름대로는 충분한 기량과 역량을 갖춘 예술단체와 개인임은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의혹들이 충주중원문화재단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무원이 철저히 배제된 심사위원 인력풀 제도 등 대안까지 제시됐지만, 충주시는 대안을 찾기는커녕, 각종 인사와 심사 의혹에 제대로 된 조사 한 번 실시하지 않았다.

문화재단 측은 이번에도 심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외부 심사위원 5명을 위촉해 `그들에게 맡겼기 때문에' 우린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탈락한 한 단체는 너무 억울하다며 집회신고는 물론, 감사원과 청와대 민원제기까지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체 대표 A씨와 시청 국장이 SNS상에서 설전을 벌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양측의 입장이야 분명 자신들 유리한 대로 해명과 주장으로 일관하겠지만 객관적인 눈으로 들여다보면 분명 문제점투성이란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우선 공정성을 담보로 외부 심사위원을 위촉했지만 그들 대부분은 충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과 전시 및 공연예술에 대해 문외한이란 점이다. 이 부분이 밀실이다.

또한 공모 선정 발표 때 심사규정과 심사위원 명단, 심사평 등 기본적인 것을 애써 감추려 하고 있어 더욱 의심을 사고 있다. 이건 트릭에 해당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 같은 의혹의 실마리가 충주시가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내 입맛대로 칼질한 선심성 예산으로 비쳐질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충주지역 대부분 문화예술인들은 충주시의 트릭을 알면서도 눈감아 주고 있다. 나서봐야 득이 될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추리소설은 `추리하라! 그러면 찾을 것이다'가 기본 구조이다. 작가가 교묘히 숨겨 둔 단서를 독자들이 찾아내는 재미란 대단하다. 그러나 밀실트릭은 언젠가는 들통나기 마련이다. 누구든 그걸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