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자들이 요구하는 개혁 - 축산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주권자들이 요구하는 개혁 - 축산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 조규호<서원대 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17.08.2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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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
▲ 조규호

축산물과 관련해 해마다 반복되는 AI 구제역 등 질병 사태에 이어 이번에는 살충제 계란 파동이다. 매일 먹다시피하는 국민 먹거리 달걀에 웬 살충제냐는 놀라움이 크다. 지난 15일과 17일 사이 진행된 정부의 전국 산란계 1239개 농장 조사에서 49개 농가의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었다. 그런데 이 중 31곳이 다름 아닌 친환경 계란으로 인증받은 곳이라 더욱 충격적이다.

소비자와 국민을 속인 것이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감이 본격적으로 터진 것이다. 왜 축산물과 가축사육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가?

근본원인은 늘어나는 축산물 소비수요에 이익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탐욕 때문이다. 친자본주의적 인간의 탐욕으로 고효율성과 고생산성을 추구하는 농장사육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닭 한 마리 사육공간이 A4 용지 한 장 크기 정도밖에 안 되니 진드기, 닭이, 벼룩 등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를 퇴치하려 살충제를 살포하니 달걀에도 표출될 수밖에 없다. 공장밀집식 돼지사육의 문제점을 고발한 영화 <옥자>를 보고도 꿈적하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축산사업은 농민들에게는 열악한 농촌에서 고소득이 가능한 사업이라 중요하고, 국민경제에서 보면 식량주권의 주된 대상물이고 공공재와 같은 주된 먹거리이기에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축산정책과 관련해 축산 방역을 강화해 AI, 구제역 등을 해결할 의지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방역조직 및 예방 강화, 거점 소독시설 현대화, 그리고 항생제 사용 억제, AI 백신 연구 및 한국형 백신 생산체계 구축, 그리고 축사시설 현대화 지원, 동물복지형 축산 지원과 소비유통 지원, 양계 집하센터 설립 등을 제시했다. 근본적인 처방이라기보다 단기적이고 대증적 처방책 수준이다.

우리나라 축산의 구조적 문제는 수요와 공급 측면 그리고 축산물 생산, 유통의 측면에서 구분해 볼 수 있다. 여기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된 원인만을 보려 한다. 우선 축산물 소비수요는 30년 전에 비해 4배가량 늘었다. 최근 2013년 1인당 육류소비량이 42.7Kg에서 2014년 51.3Kg으로 늘었다. 달걀은 연간 1인당 268개, 닭고기는 연간 7.3억 마리(1인당 13마리)를 소비하고 있다. OECD 국가의 평균소비량의 80%이지만 일본의 두 배다.

이에 공급은 99% 이상이 대량생산 체제의 공장식 밀집사육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유통경로의 문제로 비싼 유기축산물보다는 품질에 큰 문제가 없다면 싼 것을 찾는 많은 고객의 소비심리도 한 역할을 하고 있다. 수요가 적어 돈이 별로 되지 않은 동물복지형 고품질 축산물보다 악착같이 적은 비용으로 생산해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고매출, 고마진을 올리려는 손쉬운 방식, 즉 공장식 사육방법(고밀도와 항생제 등 약품 선호)을 택하는 농가들이 절대적으로 많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여기에 돈을 좋아하는 식피아, 농피아의 수고 덕에 인증체계는 부실화되었으니 결과는 보나마나다. 농축산물은 국민의 생존권과 관련 있어 과도한 시장경쟁주의는 경계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번 달걀 살충제 파동을 비롯해 반복되는 AI 등 가축질병 사태는 어떤 정책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 화학 살충제 대신에 친환경 살충제를 사용하도록 하고, 이와 병행하여 농민들 스스로 경축순환농법(자가농사의 부산물 이용 농법)등 친환경적 사육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축산시설 현대화 지원과 함께 축산물 인증관리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인증을 위한 검사는 공개적으로 하고 검사원은 특정인이 아닌 익명의 일반소비자들이 바꿔가며 담당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농축산물은 공공재 성격도 있기에 복지정책상 농민기본소득제 일환으로 농산물 최저생산비 보장제 도입이 필요하고 국내산 유기농과 유기축산물(동물복지 사육 인증)을 일정가격 이상으로 어린이 보육기관 등의 공공기관에서 구매해주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고품질의 친환경 국산축산물은 흙바닥 위 자유방목으로 사육하게 해야 하며, 우리나라 토지사정상 부족분은 수입으로 해결하는 정책이 타당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육식보다 채식소비 식생활문화를 유도하는 캠페인도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임을 인류의 진정한 행복을 위한 정책으로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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