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모 독창회를 보고
강진모 독창회를 보고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7.08.2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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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그렇고 그런 독창회가 아니었다. 잘 기획되고 준비된 독창회였고, 잘 정제되고 숙성된 연주였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공연 내내 환호했고, 앙코르곡이 끝났음에도 깊은 감동과 여운에 한동안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지난 8월 17일 청주아트홀에서 공연된 테너 강진모 독창회가 그랬다. 강진모는 프로그램을 3부로 나누어 관람객들이 듣고 보는 재미와 교육적 효과를 얻게 하는 독창회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었다.

1부는 바로크 음악이란 표제를 달고 바흐와 헨델의 대표곡을 선곡해 연주했고, 2부는 고전음악이란 표제로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대표곡을, 3부는 낭만음악이란 표제로 슈베르트와 토스티의 대표곡을 연주해 각각의 맛과 멋을 느끼게 했다. 문화예술 전문MC를 자처하는 김병재 아나운서의 재치 있는 해설이 곁들여져 재미와 이해를 더했고, 바로크 음악의 진수를 맛보게 하기 위해 비싼 파이프오르간을 특별히 임대해 한은주 오르간연주자와 협연했다. 뿐만 아니라 게스트로 출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손강지와 피아니스트 김지연과 다인앙상블과의 협연 또한 독창회의 단점을 보완하는 보완재로 기능하며 관람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시너지를 창출했다.

특히 마지막 앙코르 두 곡은 4부로 편성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멋진 무대였다. 그야말로 대단원의 막이 되었다. 나운영 작곡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와 제자들과 함께 부른 프랑크 작곡 `생명의 양식'은 객석을 침묵과 환희로 물들게 한 압권이었다. 그렇게 강진모 독창회는 더위와 수해로 지치고 늘어진 청주시민들의 마음을 위무하고 치유하는 청량제가 되었고,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그랬다. 인간의 목소리가 세상의 모든 악기 중 으뜸이라는 사실에 새삼 공감하는 멋진 독창회였다.

필자가 강진모 독창회를 처음 접한 건 2년 전 `오페라 아리아의 밤 독창회'였다. 그때도 물론 멋진 공연을 했지만 이번 공연의 울림이 더 크고 강한 것은 아마도 그의 인간적 원숙미와 음악적 원숙미가 한층 더 고양된 결과일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필자는 그의 연주를 감상할 때마다 스페인이 낳은 불세출의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를 떠올리곤 했다. 두 테너의 음색과 톤을 합성한 듯 한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의 육중한 체구에서 뿜어 나오는 다이내믹한 깊고 넓은 음역과 그의 순수하고 따뜻한 인간미가 만들어내는 서구적 감미로움과 한국적 서정성이 교차되고 결합되어 그렇게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이다.

테너이면서 바리톤에 가까운 속삭이듯 내뱉는 저음과 순간 활화산처럼 터지는 고음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이며 매력 포인트다.

강진모는 서원대 음악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이태리로 유학가 그곳 유수대학에서 다년간 성악과 지휘를 공부하고 연주한 성악가이다.

귀국 후 그의 모교가 있는 청주에 정착해 후진양성을 하면서 충북음악협회 사무국장을 맡아 지역 음악인의 위상제고와 음악의 저변확대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겸손한 처신을 하며 유머와 위트에도 능해 주위에 사람들이 많다. 이런 성정은 그가 지휘하고 있는 청주서문교회합창단과 청주레이디싱어즈여성합창단과 청주남성합창단의 인화와 발전에 자양분이 되고 있다.

각설하고 이번 강진모 독창회는 충북문화재단(대표 김경식)의 2017충북문화예술육성사업에 선정되어 무대에 올려졌고, 많은 도민들이 무료로 향유할 수 있었다.

문화재단의 효용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문화재단의 파이가 커져야 됨을 웅변하는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그러나 문화재단의 인력과 예산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문화예술 경쟁력이 지역의 경쟁력의 바로메타가 되고 있는데, 여러 장르에서 제2 제3의 강진모가 쏟아져 나와야 지역의 미래가 있는데 말이다.

강진모 독창회를 보며 지역의 무수한 음악인들과 문화예술인들을 생각한다.

훨훨 날고 싶은데도 비상하지 못하는 문화예술인들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 진다.

그들에게 멍석을 깔아주는데 인색하지 마시라. 지자체장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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