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구의 동화속풍경
김경구의 동화속풍경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3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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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는 쇼핑 봉투에 끈 달기. 스웨터에 단추 달기 같은 부업과 해마다 김장철엔 단무지 공장에도 다니셨습니다.

아버지가 돈 벌러 도회지로 떠난 뒤 수당을 더 받기 위해 늦게까지 일하시고 새벽에 퇴근한 적도 많았지요. 한겨울도 퇴근해 미처 못 다한 집안일을 하시거나. 한밤 중 소변이 마려워 잠이 깨 보면 어머니는 바느질을 하시며 꾸벅꾸벅 졸고 계신 적이 많았지요.

저는 어린 마음에도 어머니가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그 힘든 생활 속에서도 언제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날 줄 몰랐죠.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 생신날이었습니다. 아버지도 오시지 않고. 어머니는 그날도 야근을 하시고 양쪽 어깨와 눈에 삶의 고단함을 달고 들어오셨습니다. 저는 자다 깨다를 반복했습니다. 어머니께 드릴 선물이 하나 있었거든요. 당시 용돈이라는 것은 없었고. 그저 도화지 크레파스 같은 준비물만 잘 가져가도 잘 사는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뒷 곁 딱지를 모아 둔 라면상자 가장 밑바닥 한 구석에 돈을 모았죠. 아버지가 주셨던 20원. 할아버지가 주셨던 30원. 삼촌이 껌 사먹으라고 준 돈 등 몇 달을 모으자 제법 큰돈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읍내 딱 한 곳에 있는 신발가게 '말표 고무상회'에 가서 어머니의 고무신을 샀습니다. 돈이 아주 조금 모자랐지만. 돈을 자꾸만 만지작거리는 저를 보자 주인 할아버지는 깎아준다며 선뜻 고무신을 내주셨지요. 어머니는 늘상 낡은 신발을 신으셨습니다.

어머니의 생일 날. 어머니는 제가 선물한 고무신을 보시고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꼭 안아주셨습니다. 어머니는 모처럼 정말 봄에 활짝 피는 꽃처럼 크게 웃으셨습니다. 좋아진 저도 덩달아 따라 웃었고요. 그런데 흐릿한 알전구 아래에서 저는 볼 수 있었습니다. 기쁜 웃음에도 눈물이 섞여 있다는 것을요. 어머니의 입은 새벽 초승달처럼 웃고 있었고. 두 눈은 별처럼 반짝이더니 이내 긴 별똥별 떨어지듯 눈물 한 방울을 보일 듯 말 듯 '똑~~'하고 떨어뜨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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