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시스템의 전환을 위해
물관리 시스템의 전환을 위해
  • 박완희<두꺼비친구들사무처장>
  • 승인 2017.08.0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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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 박완희<두꺼비친구들사무처장>

지난달 16일, 청주지역에 내린 300㎜의 집중호우는 많은 재산피해를 냈다. 청주시 집계에 따르면 공공시설 214억3700만원, 사유시설 100억1700만원 등 314억54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고 한다. 복구비는 634억9900만원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9일까지 피해접수 기간을 연장했다고 하니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집중호우를 통해 우리나라도 아열대기후의 전형적인 특징인 국지성 집중호우로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청주에 물 폭탄이 내리던 날 대전의 강수량은 0.1㎜뿐이었다. 더구나 남부지방이나 서해안 쪽으로는 오랜 기간 가뭄이 이어지고 있으니 예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기상이변, 특히 집중호우는 기존의 50년 빈도, 100년 빈도를 예측하여 안전대책을 세웠던 것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번 집중호우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이번 집중호우는 살아 움직였던 오래된 물길의 기억을 되살려냈다. 그나마 무심천과 미호천은 범람의 위기는 넘겼지만 지류 하천들은 그 피해가 상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청주시가 소하천 정비사업을 추진했던 월운천은 사업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쓸려나갔고, 물길이 닿는 수충부 일부 구간의 도로나 논이 사라져 버렸다. 되돌아보면 바로 이런 곳이 아주 오래전에는 물길이었던 것이다. 구불구불 뱀처럼 사행이었던 물길을 직강화하고 제방을 높이 쌓아 치수해 온 현대의 토목기술이 300㎜의 집중호우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런 예는 미원면 옥화대나 보은군 산외면 등 달천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하천변에 농사를 짓던 곳, 펜션을 만들었던 곳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장기적으로 국가나 지자체가 이런 곳의 토지를 매입해서라도 물길의 폭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아주 오래전부터 흐르던 물길의 폭을 최소화시키고, 방향을 바꾸어 그 공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해 왔다. 무심천의 남석교가 육거리 시장 안에 흔적이 남아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여러 곳에서 물길을 바꾸거나 복개하여 이용해 왔다.

또한 도시에서 간과되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는 불투수층 문제다. 도시를 개발하면서 구도심부터 현재의 신규 택지개발사업지구를 곰곰이 들여다보면 녹지공간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콘크리트, 아스팔트로 포장된 공간이다. 그 많았던 저수지와 방죽은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결국 빗물을 머금을 수 있는 땅도, 빗물을 담아둘 수 있는 그릇도 사라지니 일시에 내린 집중호우는 일제히 지류 하천을 통해 무심천, 미호천으로 집중되었고, 물이 합류되는 곳에서는 역류가 일어나 결국 저지대 침수가 발생하였다.

기상이변의 시대에 도시는 가뭄과 집중호우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우선 빗물을 자원으로 이용해야 한다. 옥상녹화와 빗물 저류시설 도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빗물 전도사 서울대 한무영 교수는 예전에는 정화조를 거쳐 나갔던 생활하수가 최근에는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직행하는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어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정화조를 빗물 저류시설로 재사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옥상에 만들어진 녹지는 빗물을 가능한 최대로 머금는 녹색댐의 역할을 하며 지금과 같은 폭염 속에서 도시의 열섬효과를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또한 무분별한 산림의 난개발이 이번 재해의 원인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 사상 최악의 수해를 통해 이제는 하천의 물길을 자연에 되돌려 주는 지혜가 필요함을 깨닫는다. 민관협력을 통해 조속한 수해복구와 재해예방대책 수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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