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한 이재민 학교 강당 개방 요구 학교측 관리 주체 따지며 시간 지체
대피한 이재민 학교 강당 개방 요구 학교측 관리 주체 따지며 시간 지체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07.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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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10여명 추위에 `벌벌'

경찰 동행 요구에도 실랑이

40분 지나 공문 받은뒤 협조

“어이없는 행정 처분” 비난

기습적인 폭우로 대피한 주민들이 학교 강당을 개방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학교 관계자들이 강당의 관리 주체를 따지며 시간을 지체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청주시 우암동 주민 A씨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9시30분쯤 우암동 일대가 침수되면서 유일하게 침수가 되지 않은 청주 덕벌초 강당으로 몸을 피했지만 강당 문은 잠겨 있었다.

A씨는 강당으로 피신한 10여명의 이재민 가운데 연세가 많은 어르신이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119와 112, 동사무소, 시청에 아무리 전화를 해도 통화를 할 수가 없었다. 동호회 회원으로 덕벌초 강당을 이용했던 A씨는 다행히 강당 열쇠가 있는 장소를 알고 있어 경찰 2명이 있는 상황에서 문을 따려 했지만 이 학교 보안을 담당한 용역 경비 직원과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A씨는 “급박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침수가 안 된 학교 강당으로 대피했고 경찰이 옆에 있는데도 문을 딴다고 말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천재지변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주민들이 대피했으면 학교 시설을 개방해주고 나서 보고를 하고 조치도 해야 하는데 보고 체계를 따지는 행정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경찰이 서 있는데도 학교 관리자의 허락 없이 강당 문을 왜 땄느냐며 이재민들과 말다툼을 벌이던 경비 직원은 이 학교 관계자에게 오전 10시18분쯤 유선으로 보고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경찰과의 통화에서 “강당은 초등학교에 있지만 관리 주체는 중앙중학교이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대로 개방해 줄 수 없다”며 “중학교의 허락을 맡아야 한다”고 개방 여부를 중학교에 떠넘겼다.

덕벌초 관계자는 “덕벌초 강당의 경우 부지는 초등학교에 있지만 강당의 관리 주체는 중앙 중학교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대로 개방을 할 수 없어 중학교의 허락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라며 “관리 주체가 초등학교에 있었다면 상황대처가 더 빨랐을 수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강당의 관리 주체인 중앙중학교는 주민들이 강당 개방을 요구한 지 40~50분이 지나 우암동 주민센터의 공문을 받은 뒤 강당 개방에 협조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중학교 관계자는 “보안담당이 용역업체 직원이라 권한이 없기 때문에 강당을 개방해 줄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우암동 주민센터로부터 공문을 받은 뒤 곧바로 적극 협조해 주라고 학교에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이재민인 김 모씨는 “차량 침수를 막기 위해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진입한 주민들은 정문을 열어주지 않아 문을 부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며 “이재민을 먼저 대피시키고, 학교 운동장도 개방해도 되는 데 행정을 따지는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고 비난했다.

/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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