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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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2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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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글라스 쓴 박정희가 더 좋다
김 남 균 <민주노총충북본부 사무처장>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빗대 '선글라스 벗은 박정희'라고 비아냥거리는 것을 봤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나 아니 대통령 스스로 이 말을 들었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그러나, 억울하거나 화가 나거나는 둘째 치고, 대통령을 모시고 사는 노동자의 입장은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선글라스를 쓴 진짜 박정희 대통령을 모시고 살았던 노동자들은 정말로 암울했다. 공장새마을 운동이란 미명아래, 출근하면 반듯하게 줄을 서서 사장님 훈시를 들어야 했고, 머리가 길면 정갱이를 걷어차이고 그랬다. 경제개발이란 미명아래 최저의 임금으로 연명해야 했고, 근로기준법은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노동조합은 강제로 해산됐고, 중앙정보부에서 훈련받은 몇사람들에 의해 노동조합은 장악되고 어용노조로 전락했다.

세월이 흘러 흘러, 노동자들이 자가용을 끌고 다니고 중견기업에 다니는 노동자는 억억하는 30평 아파트 골라사는 재미도 있다. 그렇게 세상이 변해왔다. 노동자가 약자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오고, 대기업노조의 특권도 나오고 급기야는 '귀족노조'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선글라스를 벗은 대통령은 귀족노조의 특권을 공격하고, 비판한다. 국민들도 이에 동조한다. 그런데, 세상이 좋아졌어도 대통령에게 손가락질 당하는 노동자들만 있는 건 아니다. 반면에 70만~80만원 최저 임금에 허덕이고, 언제 잘릴지 몰라 가슴쓸어내리며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800만명이 넘어섰다. 실업계 고등학생이 실습나온 공장에 정규직으로 채용되려고 기계에 손가락을 들이밀었다는 얘기가 나올정도로 노동시장은 기형적으로 변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이들은 외면하고 일부 상층노동자들 타령만 한다. 세상은 상층노동자들의 귀족생활상만 듣게 되고, 그리고 노동자를 손가락질 한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이래 신장됐던 노동자들의 권리는 끊임없이 후퇴하고, 또 후퇴시켜야 한다는 여론까지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선글라스 벗은 박정희'라는 말에 공감을 하게 된다. 출신과 방식, 화법은 틀리지만 선글라스를 벗으나 안벗으나 노동자에겐 박정희라는 실체는 똑같은 것이고, 생활에서 그 실체를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 노동자들은 선글라스를 안쓴 박정희보다 차라리 선글라스를 쓴 박정희가 좋다. 확실하게 대놓고 탄압하는 것이 더좋다. 그래야 편도 많아지고 싸울 명분도 많게 되는데, 위장탄압은 명분도 뺏어가고 편도 뺏아간다. 비정규직이 양산된 노동시장은 개발독재의 노동시장과 정말 하등의 차이가 없다.

박정희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개발독재의 희생속에 빌딩이 높아지고 한강의 기적이 이뤄졌다면, 지금도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의 저임금 구조속에 빌딩은 높아지고 경제규모는 커져가고, 기업의 순이익은 늘어난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월급봉투만 가지고, 세상을 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정규직의 월급봉투를 가지고 노동자들의 처지와 노동운동을 논하는 상식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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