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릴 줄 몰랐다"…치밀한 듯 허술했던 '연대 폭발물' 대학원생
"걸릴 줄 몰랐다"…치밀한 듯 허술했던 '연대 폭발물' 대학원생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7.06.1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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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결심 후 나름대로 치밀하게 준비, 그러나···
곳곳서 '구멍' 드러내며 하루도 안돼 체포돼
전도유망 명문대 대학원생서 중범죄 전과자로

"걸릴 줄 몰랐다."

연세대학교 교수 연구실 사제폭발물 사건 피의자인 이 학교 기계공학과 대학원생 김모(25)씨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검거될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는 실제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범행 4시간 전에 현장에 도착하는 등 나름대로 치밀하게 준비했다.

하지만 명석한 두뇌를 가진 인재라고 해도 범죄에 있어서는 그저 '초보자'에 불과했다. 전도유망한 명문대 대학원생은 그렇게 하루 아침에 중범죄 전과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5일 수사 브리핑에서 "김씨는 평소 연구 지도과정에서 의견 충돌 등이 있을 때 심하게 질책하는 피해 교수에게 반감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경찰이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김씨는 지도교수인 김모(47) 교수를 향해 오랜 시간 분노를 품어 온 것으로 보인다.

억눌러 온 감정은 결국 비뚤어진 방식으로 분출되고 말았다.

김씨는 지난 5월 중순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러 사건 보도를 보며 폭발물 범행을 결심했고 같은 달 말 자신이 작성한 논문에 대해 김 교수가 크게 꾸중을 하자 범행 준비에 착수했다.

그는 지난 10일 텀블러 안에 나사 수십개를 넣은 일명 '못 폭탄'(nail bomb)을 완성, 13일 새벽 2시37분께 건전지를 끼우고 종이박스·쇼핑백에 담아 주거지인 하숙방을 나서 교내 제1공학관에 오전 3시께 도착했다.

김씨가 이처럼 이르게 움직인 이유는 단순히 인적이 드문 시간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건물 안에 폐쇄회로(CC)TV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연구 관련 작업을 이유로 온 것처럼 보이려는 의도였다.

실제로 그가 곧장 간 곳은 김 교수 방인 479호실이 아니라 연구실이었고 여기서 3D 프린터를 구동시키는 등 '연출'에 돌입했다.

그렇게 약 4시간을 끌다가 아침 7시41분~44분 사이에 479호실 앞에 쇼핑백을 놓고 하숙방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김씨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써 놓은 '시나리오'를 스스로 과대평가하고 말았다. 복도를 돌아다니면서 모자, 마스크 등을 전혀 하지 않아 CCTV에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 버린 것이다.

또 그는 범행 당일 새벽 2시30분께 결정적 증거인 장갑을 주거지 부근에서 버리는 모습도 CCTV에 잡혔다. 제1공학관 안의 상황만 생각했지 골목, 거리 어디든지 CCTV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놓쳤다.

13일 오후 8시20분께 긴급체포된 그는 "작업을 하러 새벽에 연구실에 갔고 잠을 깨려고 복도를 돌아다녔다"고 범행을 부인하다가 경찰이 CCTV 화면과 화약물질이 묻어있는 장갑을 제시하자 고개를 숙였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범행 관련 잔류물을 주거지, 학교 부근에 나눠 버렸다"며 "그렇게 치밀하게 은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14일 오후 10시30분께 김씨에 대해 형법상 폭발물사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 여부는 15일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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