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권, 서두르지 말아야 하는 이유
새 정권, 서두르지 말아야 하는 이유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06.13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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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서두르면 탈이 나는 법이다. 두드리고 또 두드려 건너가도 시행착오를 겪는다. 하물며 정치는 생물이니 눈앞의 이익에 눈감기는 어렵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35일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5년 무엇을 할지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일 청문회가 열리고 부처마다 새로운 정책을 쏟아내면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모든 정책을 임기 5년 안에 처리할 것처럼 서두르는 모습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임기 5년 동안 국민이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기 위해 새 정부가 마음이 급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욕심이 과하면 아니한 만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은 다른 분야와 달리 일년지대계처럼 실험정신을 적용해서는 안된다.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교육현장이 벌써부터 들썩인다. 김 후보자가 주장했던 정책들이 그대로 현장에 적용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교육정책 공약 수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교육부총리에 김 후보자가 임명되면 대입 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전환, 자사고와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 사립대 공영화 등 새 정부의 교육개혁이 본격 가동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국 사립대학은 물론 전국 시·도교육청, 학부모들도 긴장하고 있다.

개선해야 할 부문이 있다면 과감히 청산하고 바꿔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정책이 기본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올해 하반기 공무원 1만2000명을 선발하겠다고 정부가 발표하자 나오는 반응이 10년 동안 채용할 인원을 왜 한꺼번에 뽑는지 그 배경을 궁금해하고 있다.

`논어'자로편에 보면 사자성어 `욕속부달(欲速不達·일을 속히 하려고 너무 서두르면 도리어 일이 진척되지 않는 것을 말함)'의 유래를 담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자하가 거보라는 마을의 수령이 되자 스승인 공자를 찾아갔다.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할 수 있겠느냐”고 스승에게 물었다. 공자가 답하길 “빨리하려고 서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려고 하지 마라. 빨리하려 하면 일이 잘되지 않고, 작은 이익에 구애되면 큰일이 이루어지지 않느니라”라고 답변했다. 스승은 자하의 평소 성격이 급한 것을 알았다. 공자는 단번에 결과를 기다리고 작은 일에 얽매이는 성격으로 인해 자하가 일을 그르치지 않기를 원했을 것이다. 공자의 말처럼 당장 눈앞의 효과를 의식해 만든 정책은 당연히 실패한다. 새 정부의 임기가 끝난후 졸속정책으로 폐기 수순을 밟지 않으려면 선거 공약에 연연하기 보다 표를 의식해 만든 정책인지 고민해야 한다. 특목고를 없앤다고 경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꾼다고 학벌 지상주의가 하루아침에 해소될리 만무하다. 중학교 시험을 폐지한다고 사설학원을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바꾸고 싶은 교육정책이 있다면 시행에 앞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현장의 목소리부터 귀기울여야 한다. 선 이행, 후 처리한다면 5년 후 벌어질 파장의 피해자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공자가 한 말처럼 새 정부도 서둘지 말고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서는 안된다.

인터넷 포털에 `문재인'이름을 치고 공식 사이트에 접속하면 청와대라는 문패와 `국민과 함께한 문재인 정부 30일'이라는 글귀가 등장한다. 메인 사진에는 안경을 두 손으로 올리는 대통령의 모습이 등장한다. 5년 후에도 지금처럼 국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했던 모습으로 기억되는 대통령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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