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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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7.01.1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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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서도 안되고 울어서도 안되고!

김 남 균 <민주노총충북본부 사무처장>

나는 아이에게 가끔, 아니 아주 가끔 동화책을 읽어준다. 그래도 아이 엄마는 자주 읽어주는데, 그래서 나는 십점짜리 아빠에 불과하다. 아이 동화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옛날에 숲속의 왕인 호랑이가 몹쓸 병에 걸렸단다. 호랑이는 병 때문에 냄새가 지독했단다. 호랑이는 숲속의 동물들에게 병문안을 오라고 했다. 제일 먼저 토끼가 왔다. 호랑이는 토끼에게 자신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토끼는 호랑이에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호랑이는 '고얀놈 같으니라고' 버럭 화를 내며 토끼를 잡아 먹었다. 두 번째는 사슴이 왔다. 호랑이는 토끼에게 했던 질문을 똑같이 사슴에게 물었단다. 사슴은 토끼가 당한 모습을 본지라 벌벌떨면서 '아이고, 이상한 냄새라니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호랑이는 '이런 거짓말쟁이 같으니라고'하고 화를 내며 사슴을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이번에는 여우차례였다. 똑같은 질문을 받은 여우는 '호랑이님! 제가 지금 지독한 감기에 걸려서 아무 냄새도 맡을 수가 없습니다. 다음에 감기가 나면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결국, 호랑이의 변죽도 지혜로운 여우의 말에는 어쩔수가 없어서 여우는 화를 피했다고 하는 얘기다.

이렇게 호랑의 변죽처럼, 사람들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게 옭매는 경우가 있다. 바로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이 꼭 그런 경우다. 하루는 귀족노조인 현대자동차노조가 민주노총의 비정규직기금을 적게 냈다고 비판을 한다. 신문만이 아니라 저녁 정규뉴스에서도 말이다. 그 다음날은 현대자동차노조가 조합원들의 경제적 이해가 없는 비정규직법 통과 반대 등 정치파업만을 일삼았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현대자동차조합원 4만명이 하루 파업의 대가로 받아야 하는 임금손실분은 대략 40억원(일당 10만원 곱하기 4만명)이다. 비정규직을 외면한다고 해서도 탈이고, 비정규직을 위해서 싸워도 탈이다. 이쯤되면 배겨날 장사가 있겠는가!

언론은 매일같이,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다. 동화속에 나오는 여우의 지혜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현재의 언론권력은 지혜는커녕 잔꾀의 틈도 주지 않는다.

순이익 1조원 이상을 회사에 벌어주고, 연봉 4000만원 받기 위해 특근을 밥먹듯이 해가다 1년에 수십명씩 과로사하는 이 기름밥 노동자들에게 언론권력은 너무나 야박하다.

그런데, 이상한 아이러니가 하나 있다. 현대자동차와 똑같은 처지인 사람이 한사람 있다. 바로 그사람은 대통령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뭘 해도 믿지 않고 타박 한다. 현실속의 호랑이 같은 권력자가 토끼, 사슴같은 신세로 전락했는데 이건 순전히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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