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인간 대접도 못 받아' …콜센터 여고생의 극단적 선택
'최소한의 인간 대접도 못 받아' …콜센터 여고생의 극단적 선택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7.03.0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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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한 이동통신회사 콜센터에서 근무하던 여고생이 높은 업무강도를 견디지 못해 저수지에 투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뉴시스 2017년 1월23일 보도>

이에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여고생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최소한의 인간 대접도 못 받는 근무환경이 있었다"며 해당 이동통신회사의 해명과 피해회복을 요구하고 나섰다.

6일 전북지방경찰청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월23일 오후 1시6분께 전주 아중저수지 팔각정 난간 아래에서 한 구의 시신이 떠올랐다.

경찰 조사결과, 저수지에서 발견된 이 여성은 전주의 한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A(17)양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영하의 추운 날씨에 A양이 스스로 차가운 저수지에 몸을 던진 경위를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또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평범했던 한 여고생의 죽음을 조명하며 극단적 선택의 배경을 추적했다.

그 결과 예상치 못했던 A양의 속사정이 최근에서야 하나 둘 드러났다.

경찰과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A양은 지난해 9월8일부터 숨지기 전까지 전주의 한 이동통신회사 콜센터 현장실습생으로 근무했다. A양은 교육을 마치고 이동통신회사의 SAVE 부서에 배정됐다.

A양이 근무한 SAVE 부서는 고객의 계약해지를 방어하기 위해 설치된 팀이었다. 고객이 이동통신회사와의 계약을 철회하기 위해 전화를 걸면 적극적인 대응으로 이를 막아내야 성과를 인정 받았다.

어린 나이에 감내하기 어려운 업무였지만 A양은 이를 곧잘 해냈다고 동료들은 증언했다. 하지만 불과 4개월 만에 A양은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후 회사와 멀리 떨어진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양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몇 차례에 걸쳐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에게 '너무 힘들어', '오늘도 일을 다 못 채웠어', '나 그만두면 안 될까'는 문자메지시를 보냈고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A양의 근무환경이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조차 받지 못하는 열악한 조건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전북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SAVE 부서는 고객센터 내에서도 가장 인격적 모독을 많이 당하는 부서"라며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채 반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두는 가장 비인간적인 부서에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여고생을 배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 2014년 10월에도 A양과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30대 여성이 회사의 부당한 처우를 유서에 남기고 건물에서 투신해 숨진 사건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단체들은 오는 7일 해당 이동통신회사 앞에서 '현장 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A양의 사망에 대한 해명과 피해회복을 요구하기로 했다.

한편 A양이 근무했던 이동통신회사는 언론대응을 자제하면서도 불합리한 업무지시는 없었다며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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