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기대하며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기대하며
  • 한길호<국민건강보험 대전서부지사장>
  • 승인 2017.02.2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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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한길호

얼마 전 보험료가 이유없이 과다하게 인상되었다며 몹시 흥분하여 공단 민원실을 방문한 A씨가 격앙된 목소리로 보험료 부과체계의 불합리함을 호소하였다.

A씨는 두 자녀를 둔 50대 중반의 가장으로 큰 자녀가 만 20세가 되는 2017년 1월 보험료부터 월 9000원의 보험료가 인상된 것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1톤 트럭 하나에 5000만원 전세방을 전전하며 어렵게 지내는데, 1월부터 자녀가 성년이 되었다는 이유로 가족의 성별, 연령으로 계산되는 평가소득보험료에 영향을 미쳐 5만8000원이던 보험료가 6만7000원으로 16%의 보험료가 인상된 것이다.

성년이 된 자녀는 전년도와 다름없이 학생이고 생활 형편은 여전히 어려워 인상된 보험료가 더욱 버거웠던 것이다.

담당직원은 상세히 설명드리며 납득시키려 했지만 A씨는 결국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를 이해할 수 없다며 제도와 공단에 대한 불만을 안고 사무실을 나갔다.

이렇게 보험료 부과체계로 인한 크고 작은 민원이 하루에도 수없이 발생하고 있어 직원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에서 발표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은 이처럼 복잡하고 국민 수용성이 낮은 현행 부과체계를 17년 만에 개선코자하는 것으로, 현장에서 국민을 만나는 공단 직원으로서 무척 반가운 일이라 생각된다.

그동안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수많은 논란이 지속되어 왔다.

특히 성·연령·재산·자동차로 계산되는 평가소득 보험료는 재산·자동차 등에 각각 부과되는 보험료와 이중부과라는 점 때문에 개편의 시급성은 더했다.

정부 개편안의 기본방향은 직장과 지역가입자간 형평성, 국민적 수용성, 제도의 지속가능성 등에 맞추어졌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성·연령 등에 부과하는 평가소득 보험료가 폐지되고 재산·자동차에 대한 부과는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하게 된다.

또 연소득 100만원 이하 세대는 1만3100원의 최저보험료를 적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평가소득 보험료는 폐지하고, 소득과 재산이 있는 피부양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시켜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하여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그러나 제도의 수용성을 고려하여 3년 주기로 3단계로 변경하게 되어 앞에서 예를 든 A씨와 같이 소득·재산이 없는 세대는 보험료가 대폭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1단계에서는 재산공제금액이 적어 아파트 한 채 정도의 재산이 있는 대부분의 지역가입자는 소폭만 인하되는데 그쳐 많은 보험료 감액을 기대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온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는 누군가에게 감액되면 그만큼의 보험료는 누군가가 더 부담해야하는 구조이다. 국민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계적 추진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민 모두에게 형평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번 정부개편안을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를 거쳐 앞으로 다가올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수 있는 건강보험 부과체계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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