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고 야구부 이번엔 코치가 선수 폭행
청주고 야구부 이번엔 코치가 선수 폭행
  • 하성진 기자
  • 승인 2017.02.16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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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고 - 화순고 친선경기장서 선수에 욕설·주먹질

코치 “이유 있어서 혼냈다” … 사건직후 사직서 제출

연이은 사건… 엘리트체육현장 폭력관행 사실 입증

학교체육 안팎 “인권 침해 등 폐단 완벽히 도려내야”

감독의 제자 폭행사건이 있었던 청주고 야구부에서 또다시 코치가 선수에게 주먹을 휘두른 일이 발생했다. 학교체육 안팎에서는 이참에 청주고 야구부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선수 인권 침해 등의 폐단을 완벽하게 도려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일부 학부모 등에 따르면 야구부 A코치가 선수 B군(3학년)을 폭행한 것은 지난 14일 전남 함평군 함평야구장에서 열린 청주고와 화순고의 친선 경기에서다.

이날 오후 1시쯤 청주고의 9회말 공격이 끝날 무렵 B군은 더그아웃에서 복귀할 채비를 하려 짐을 꾸렸다.

이를 본 A코치는 B군의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때렸다.

분이 풀리지 않은 A코치는 야구방망이를 쥔 채 한동안 B군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당시 목격자는 “청주고가 초반 이기다 역전당한 상황에서 A코치가 상당히 격앙돼 있었던 것 같다”며 “상대팀 선수와 학부모, 야구 관계자 등 주위에 100여명이 지켜보는 데도 선수를 마구 폭행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도가 워낙 심했던 터라 상대팀 감독까지 나서 `얼른 말려라. 저러다가 애 잡겠다'라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선수 학부모도 “함께 따라간 학부모들이 A코치와 B군을 함께 있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복귀할 때 B군을 자가용에 태워 청주에 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못을 지적하고 혼내는 것은 마땅한데 그렇다고 감정에 치우쳐 폭행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언제까지 선수들이 폭언·폭행이 난무하는 환경에 노출돼야 하느냐”고 푸념했다.

A코치는 폭행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이유가 있어 혼냈다. 이번 일로 사직서를 제출했으니까 자세한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었다는 한 학부모는 “당시 A코치는 주먹이 아닌 손바닥으로 머리를 때렸고, 야구방망이를 든 적도 없다”며 “코치가 잘못을 인정해 사표를 제출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더는 청주고 야구부가 논란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번 일은 엘리트체육 현장에서의 선수 폭행이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앞서 지난해 9월 22일 이 학교 순회코치였던 장정순 전 감독은 선수 5명을 폭행, 물의를 빚었다.

장 전 감독은 식당에서 밥을 늦게 먹는다는 이유 등으로 선수들을 운동장으로 불러 부러진 야구방망이로 머리를 1~2대씩 때리거나 가슴, 옆구리, 배를 발로 걷어찼다.

청주시교육지원청은 학교운동부 지도자관리위원회를 열어 순회코치였던 장 전 감독을 해임했으나, 청주고는 “폭행이 아니라 교육적 훈계였다”며 그를 인스트럭트 형태로 복귀시켰다.

도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장 전 감독에게 자격정지 2년 처분을 내렸고, 청주 흥덕경찰서도 상해 등의 혐의로 그를 불구속 입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장 전 감독의 선수 폭행 여파가 여태껏 지속하는 상황에서 똑같은 일이 반복됐으니 선수들이 느끼는 피로도와 불안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학교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교육 당국과 스포츠 인권 향상 책임이 있는 도체육회가 어떤 후속 조처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하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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