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 처리에 도둑 취급까지 집배원 우체통 관리 `골머리'
오물 처리에 도둑 취급까지 집배원 우체통 관리 `골머리'
  • 하성진 기자
  • 승인 2017.02.15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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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서청주우체국 습득물 7103개

하루평균 19.5개… 서신보다 더 많아

주인 찾아줘도 도둑 오인… 자괴감 호소

동물 배설물·기저귀 등 오물 투성이

대부분 업무시간 쓰레기 처리에 허비
▲ 첨부용. 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없음.

하루 평균 20개. 청주 시내 곳곳에 세워진 `빨간 우체통'에 들어 있는 주인 잃은 물건들이다. 분실물 처리는 오롯이 우체국 집배원들의 몫이다. 새해 들어서도 쏟아지는 분실물 처리에 우체국은 진땀을 흘리고 있다.

우편배달로 녹초가 된 집배원들은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주고도 `돈이 없어졌다'며 되레 도둑 취급을 받는 일마저 심심찮게 생기고 있다. 가뜩이나 일손이 달려 습득물 주인을 찾아 주기도 버거운데 애완견 배설물 등 각종 오물까지 우체통에 버려지고 있다.

# 습득물 처리에 `진땀'
15일 청주·서청주우체국에 따르면 지난해 청주의 187개 `빨간 우체통'에서 수거한 습득물은 7103개, 하루 평균 19.5개다. 전체 습득물의 70%는 지갑, 20%는 신분증이다.

집배원들은 매일 담당 구역에 설치된 우체통에서 우편물 등을 거둬 분류작업을 한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 IT 기술의 발달로 우체통을 통한 서신 발송이 크게 줄긴 했지만, 아직은 연인이나 친구들의 소중한 사연이 적힌 편지가 적잖다. 하지만 서신보다 지갑 등 분실물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습득물 처리는 담당 공무원 혼자 도맡아 한다.

서청주우체국 관계자는 “신분증은 봉투에 담아 분실자 주소로, 현금이나 신용카드 등 유가물은 경찰서로 보낸다”면서 “3일에 한 번씩 업무를 하는데 꼬박 4~5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 “내 돈 빼간 거 아냐?” 의심에 울화통
습득물 처리는 몸만 피곤한 게 아니다. 이따금 `말도 안 되는'누명을 받을 때가 있다. 분실자가 잃어버린 지갑 안에 있던 현금이 없어졌다며 다짜고짜 집배원과 담당 공무원을 `도둑'으로 몰기도 한다.

얼마 전에도 한 중년 남성의 신고로 경찰이 집배원 등을 조사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잃어버린 지갑에 현금 60만원이 있었는데 집배원이 뺀 것 아니냐”며 신고를 한 것. 해당 집배원은 펄쩍펄쩍 뛰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우체통 앞에 한 여성이 돈만 쏙 빼고 우체통에 지갑을 넣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집배원의 누명이 벗겨졌다.

이렇다 보니 집배원들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쓰레기가 담긴 검은 비닐봉지를 그대로 수거함에 넣어 우체국까지 갖고 온다. 봉투를 열어 봤다가 괜한 오해를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서청주우체국 신영하 주무관은 “신분증 하나도 일일이 주인을 찾아 주고 있는데 되레 도둑으로 의심받을 때는 집배원들이 `이러려고 집배원 됐나'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한다”고 전했다.

# 오물로 범벅된 `빨간 우체통'
동물 배설물, 유아용 기저귀, 음료수 캔, 꽁초. 쓰레기장에 있어야 할 오물들이 하루 평균 10개 이상 우체통에서 나온다.

학교 근처 우체통에는 대부분 학생이 버린 떡볶이 그릇, 과자 봉지 등이 버려진다. 아파트 단지 인근에는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까지 나온다. 우체통 오물 수거는 집배원들의 몫이다. 거둬 온 쓰레기를 한데 모아 놓고 분리수거를 거쳐야 일이 끝난다. 업무 시간의 상당 부분을 쓰레기 치우는 데 허비하는 셈이다.

/하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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