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한 충청대망론
허망한 충청대망론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7.02.01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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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갑자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어제 짤막한 기자회견을 끝으로 정치행보를 조기에 마감하자 그의 고향인 충북에 닥친 파장은 매우 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여권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 중의 한 명으로 관심을 받던 그의 전격적인 포기선언으로 대통령선거구도는 새로운 양상을 맞게 됐다.

무엇보다 지역의 입장에서 본다면 충북도민은 반 전 총장의 귀국 후 10여일 동안 보여준 행보의 결말에서 적지 않은 심리적 손실을 보게 됐다.

일단 반 전 총장의 대권행보에 동참하려던 지역출신 국회의원들과 일부 괴산군수 입후보예정자들에게 미치는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음성과 충주지역 주민 등 반 전 총장의 고향사람들의 상실감도 클 것이다.

반기문 공원 등이 언론의 초점을 받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지나친 우상화가 아니냐는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던 음성군 등 일부 지역의 지역브랜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이다.

더욱이 충북도민들은 유엔 전 사무총장이라는 거목을 잃었다. 대권 행보만 하지 않았으면, 음성에서 태어나고 충주에서 성장한 세계적인 원로로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서 더 오랫동안 활약할 인사가 하루아침에 정치 뒷골목으로 물러서는 모습을 바라만 봐야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선언은 지역주의에 기댄 `충청대망론'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기회가 됐다. 지역주의가 만병통치약이 아닌 점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그가 음해로 인해 자신과 가족 그리고 유엔 명예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불출마 배경을 밝힌 대목도 `정치인 반기문'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남겼다.

정치인, 그것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에 대한 날카로운 검증은 당연한 것이며, 유엔 사무총장 출신의 대권예비주자에 대한 평가를 유엔과 동일시한 것은 오히려 우리나라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살 수 있다.

또한 그는 세계적인 지도자이면서도 메시지 혼선과 잦은 실수, 언론에 대한 공격적 태도, 촛불민심에 대한 비판적 시각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지는 모습을 자초했다.

어쨌든 충북도민들은 유엔사무총장 10년보다 귀국 후 보름간의 시간이 훨씬 길고, 가슴 아팠을 반 전 총장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다. 그가 평소 보여준 우유부단한 모습이 아니라 대권포기라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 조기에 결단을 내린 것 또한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자연인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반 전총장이 할 일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스스로 밝힌 대로 자신의 자산을 국가와 고향의 발전,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에서도 그의 결정을 존중하고, 그의 헌신봉사의 길을 함께 도모하는 손길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반 전 총장은 자신의 국제적 자산을 지역과 국가, 세계에 봉사하는 진정한 `세계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나서 음성에서 매년 열리는`반기문 마라톤'에서 도민들과 함께 손잡고 뛰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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