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민사 2, 김시민의 교서가 돌아오기까지
충민사 2, 김시민의 교서가 돌아오기까지
  • 김홍숙<괴산군문화해설사>
  • 승인 2017.01.15 1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김홍숙

10여 년 전 mbc 방송국에서 `잃어버린 문화유산 74434점 찾기'를 진행할 때다. 마침 일본에서 대학교수를 하는 분의 연락은 경매장에 나온 물건이 다름 아닌 `선무공신 김시민의 교서'라고 했다. 430년 만의 일이었다. 결국 mbc에서 앞장을 서고 서울 중앙 박물관 뒤뜰에서 고유제를 올리고 지금은 진주 국립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교서의 전문을 소개한다.

“임금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그대는 외로운 성을 지키고 많은 적을 막아내어 이미 나라에 목숨을 바치는 충성을 다 하였도다. 그 공적을 아름답고 높게 여겨 그대의 노고에 보답하려 하노니 마땅히 공훈을 표창하는 절차를 거행해야 할 것이다. 이에 공의를 따라 특별한 은전(恩典)을 보이고자 하노라.

아! 그대의 타고난 기품은 웅대하며 호탕하였고 일찍이 활 쏘고 말 타는 것을 일삼아 무과에 이름을 올렸다. 자신에게는 충의를 스스로의 임무로 삼았으며 국가와 왕실에 힘을 다하여 편할 때나 어려울 때나 그 마음가짐이 변함이 없었다. 지난번 국가의 운명이 불행히도 막히어 섬 오랑캐가 날뛰니 우리나라는 백 년 동안 평화로운 나머지 온 백성이 굳센 뜻을 가지지 못하여 팔도가 오랑캐가 쳐들어온다는 풍문만 들어도 무너지고 한 명의 사나이다운 사람도 볼 수 없었다. 이때 경(卿)은 진주의 판관으로서 홀로 큰 기둥처럼 우뚝 섰도다. 스스로 관찰사에게 청하여 날래고 용감한 군사를 거느리고 여러 차례에 걸쳐 늘어선 적의 진영을 격파하였고 벌떼처럼 모여 있는 적군을 쫓아버렸으니 그 군대의 명성은 이로 인해 스스로 떨쳐졌고 이웃 고을이 그대에게 의지하여 편안해졌도다. <중략> 밤낮을 잊고 싸움을 독려하고 지모(智謨)와 계략을 냄이 더욱 기묘(奇妙)하였다. 군사도 적은데다가 밖으로부터의 도움도 없었으니 적은 군사로는 진실로 많은 적의 무리를 당해 낼 수 없었으나 흉한 무리가 마침내 멀리 도망하고야 말았으니 약한 군사로써 오히려 강한 적을 제압한 것이었다. 오직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충성이 드러난 것이 이와 같으므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상을 준 것이 한 번만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목사로 승진시켜 애오라지 한 때의 높고 아름다운 공적을 드러나도록 하였고 이어서 군사를 총괄하게끔 발탁하여 큰 재목의 뜻을 펴 보도록 하려 했으나, 어찌 뜻밖에 한 발 흐르는 화살에 맞아 마침내 나의 만리장성이 무너지리라고 생각하였으랴? 살아서는 어진 장수가 되었고 죽어서는 충신이 되었으니 경에게 있어 어찌 유감이 있으리오. 그대와 더불어 환란을 이겨내었으나 그대와 더불어 안락함은 함께 누리지 못하니 이것이 정말 나의 가슴이 아품이라.

그대에게 정승의 벼슬을 증직하고 자손에게 벼슬을 준들 어찌 의로운 선비를 만족할 만큼 표창함을 다한다 하겠는가? 오랑캐가 다시 이르러 성이 함락되매, 지난날 그대의 공훈이 더욱 값지도다. 그대가 진주 사람들에게 사랑을 끼침이 이미 깊어서 자못 공적을 기리는 상소가 간절하고 여론을 물어보아도 한가지일 뿐만 아니라 내 뜻 또한 그러노라.

이에 그대를 선무공신 2등에 정하고 두 계단의 품계를 올려주며 부모와 아내와 자식에게도 역시 두 등급을 높여준다. 아들이 없으면 남매의 아들이나 조카, 사위를 한 등급을 올려 주겠으며 적장자(嫡長子)는 대대로 이를 세습하여 그 녹(祿)을 잃지 않게 할 것이다. 죄를 사면하는 것도 영구히 할 것이다. 아울러 노비9구, 토지80결, 은7냥, 겉옷과 속옷의 옷감1단, 내구마 1필을 내려주니 이르거든 받으라.

아아! 앞으로 백 세대에 이를 때까지 그 아름다운 명성을 지닐 것이며 후손에게 길이 전해질 것을 바라노라. 죽은 사람을 살려 낼 수 없으므로 내 마음속에서 스스로 슬퍼하노라. 그러므로 이에 나의 뜻을 보이고자 하니 생각건대 마땅히 이 뜻을 잘 알지니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