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늦깎이
  • 임도순<수필가>
  • 승인 2017.01.1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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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도순

배움은 꿈을 키워준다. 붓 가는 대로 쓰면 되는 수필과 인연을 맺어 4년째다. 처음 생각과 다르게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워진다. 가치 있는 체험을 독자에게 직접 전달하는데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써야 한다. 쉬운듯하지만 많은 지식과 지혜에 끈기를 요구한다.

매주 화요일이면 학생이 된다. 오랜 연륜과 덕망으로 가르치는 선생님의 열정은 젊은이보다 훨씬 높다. 문우들은 지천명을 전후한 연령대다. 낮에는 직장에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밤에는 글쓰기를 배우는 학생으로 위치가 바뀌게 된다. 강의실에 들어서면 문우들이 품어주는 따스함에 젖어든다. 배우는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아흔 살에 모 대학 영문학과에 입학하여 개교 이래 최고령자라고 언론매체를 통하여 소개된 분은 바로 정한택 전 서울대 교수님이다. 구십일 세에는 같은 대학에 일본학과에 입학했다. 배움에 나이가 어디 있냐며 “100살이 되더라도 지금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을 것이다.”라고 했단다.

우리 지역에도 귀감이 되는 분이 있다. 칠십대 중반에 시집을 발간한 임기화 어르신이다. 그동안 문예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노인복지관에서 배움으로 맺어진 열매는 “네가 거기 있을 것 같아”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기까지 무던히도 참고 겪어낸 끈질긴 노력을 상상으로 느껴본다.

배움의 뜻을 새긴다. 배우는 것은 청소년기 학창시절의 전유물이 아니다. 앞으로 더 발전하려면 인생에서 그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한다.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는데 과거에만 집착한다면 뒤처지고 만다. 경쟁하는 사회에 더 나은 실적과 성과를 보여야 사회에서 인정받게 된다. 시대의 흐름에 나를 바로 세우려면 배움을 계속 갖는 것이다.

나는 학창 시절에 간절했던 꿈이 학업의 연장이었다. 중등 교육 과정을 마치고 가정 형편으로 대학의 문은 두드려 보지도 못했다. 군 생활을 마치고 공직에 발을 들여놓으며 맡은 업무에만 열중하였다. 그 후 30년이 지나고 대학에 가는 기회를 얻었다. 모 대학이 군청에 캠퍼스를 만들어 공직자를 대상으로 전문학사 과정을 운영했다. 2년 과정을 마치고 인근 대학교에 편입하여 늦깎이로 꿈을 이루었다.

배움은 끈기를 요구한다. 요즘도 책상 앞에 앉아있으면 마음은 학창시절로 줄달음친다. 열정이 강하게 작용하지만 체력의 수준과 기억력의 한계에 부디 친다. 아무리 기억력이 좋아도 몽당연필만 못하다는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마음을 여는 글벗 교실에 들어서며 언약(言約)을 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70세에 책을 내겠다고 겁 없이 했던 약속이다. 능력도 없이 불쑥 한 말이라 부담이 크지만 앞으로 몇 년이 더 남아 있다. 늦깎이로 하였지만 책을 펴냄으로 결실을 볼 때가 고희를 맞는 날로 정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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