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치면 좀 따시나요?
골프 치면 좀 따시나요?
  • 윤성용<진천경찰서 상산지구대>
  • 승인 2016.12.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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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윤성용

7년 만에 고향 친구 모임에 참석했다. 40대 중반을 넘긴 터라 못 본 사이 정말 많이도 변해있었다. 대머리에 배 나온 건 기본이고 자기 닮아 자식이 일찍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들고 온 친구도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유년시절의 추억을 나누며 어지간히 그간의 회포를 풀자 자연스레 2차 이야기가 나온다.

예전 같으면 술을 더하든가 아니면 노래방, 당구 정도가 고작이었지만 요즘은 스크린골프가 대세란다. `골프치면 어떻게 쳐야 돈을 잃지 않는다. 지난번에는 누구와 라운딩을 했는데 많이 땄다'부터 시작해서 골프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봇물 터지듯 골프 무용담이 줄을 잇는다. 물론 골프를 못 치는 필자를 배려한 친구들 덕에 2차는 당구장으로 선회했지만 미안함에 왠지 뒤통수가 가렵다.

골프가 이젠 소위 잘 나가는 계층이나 접대를 위한 스포츠가 아니고 민초들 사이에서도 익숙한 스포츠가 되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우리나라의 골프인구가 600만명을 육박하고 있다니 확실한 대중스포츠가 아니던가. 경찰공무원의 신분으로 골프와 관련된 좋지 않은 사례들을 많이 접해온 터라 선뜻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요즘 트렌드에 뒤처지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살짝이나마 머릿속을 맴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들이 있어 한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소위`김영란법(부정청탁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항간에는 골프 접대를 하면서 이를 모면하기 위해 그린피(green fee)를 각자 계산하고 내기 골프에서 고의로 돈을 잃어주는 신(新)풍속도가 유행이란다. 물론 골프를 매개로 한 부정적인 면을 들춰보자면 어디 그뿐이겠느냐마는 다른 것들은 각설(却說)하고라도 내기 골프가 도박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반 골퍼들도 알아뒀으면 한다.

일반적으로 골프장에서의 내기는 각자 핸디캡을 정하고 홀마다 또는 9홀마다 별도의 돈을 걸고 잘 친 사람이 돈을 따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실제 이러한 방식으로 수회에 걸쳐 내기 골프를 친 4명의 행위가 도박에 해당한다며 유죄판결을 내린 대법원 판례도 있다.(2006도736 판결)

도박죄에서의 필요한 우연성이 내기 골프에서도 충분히 갖춰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도박죄는 관련 법 조항에 명시돼 있듯 내기를 했더라도 일시적 오락으로 인정되면 처벌받지 않는다. 그러나 이 기준도 구체적이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다. 판돈이 적거나 일회성인 경우 주로 일시적 오락으로 인정되지만 일관적인 기준을 설정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혹자는 말한다. `요즘 내기 없이 골프 치는 사람이 어딨냐'고, 물론 지인들 간에 적당한 수준의 내기는 골프 라운딩을 하는 데 있어서 약간의 긴장감과 재미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정도이다. 관계를 해치지 않는 정도, 도박으로 발전하지 않을 정도 말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운동만큼 유용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만남을 통한 육체적, 정신적 만족감은 팍팍한 우리네 삶의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골프 역시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명년(明年) 춘삼월(春三月)에는 돈을 나누는 골프가 아닌 정을 나누는 골프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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