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60>
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60>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0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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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벌꿀

꽃따라 벌따라 달콤한 행복을 담네

▲ 깊은 산골에 사는 화전민들에게 토종벌통은 돈을 만들어 주는 요긴한 농삿거리다.집주변에 나무로 만든 토종벌통들이 즐비하다. 60여년전 필자가 소년시절 지게를 지고 산에서 나무를 하다가 벌집을 잘못 건드려 토종벌의 습격을 받아 혼쭐이 난 추억이 있다. 수백마리의 벌들이 '윙'소리를 내며 새카맣게 몰려오고 몸에 달라붙어 사정없이 쏘아대는 순간 혼비백산, 나뭇 짐이며 도구를 내팽개치고 걸음아 나살려라 줄행랑을 놓았었다.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옛날 높은 산이나 바위밑에 비를 피할 공간이 생기면 화전민들이 통나무를 뚫어 만든 벌통을 놓아 토종꿀을 따는 모습을 자주 볼 수가 있었다. 불과 40여년전 1970년대만 해도 높은 산밑이나 중턱에 불을 놓아 화전(밭)을 일궈 농사짓던 화전민들은 메밀과 조, 콩, 옥수수 등을 심어 양식으로 먹고, 토종벌을 쳐서 꿀을 따 팔아 용돈으로 쓰거나 옷가지를 사입는 수입원이 됐었다. 초막집 주변 처마밑에 벌통 놓기도 화전민들은 산위뿐만 아니라 초막(집) 주변 처마밑에 토종벌통을 놓아 많은 꿀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했다. ▲ 화전민들이 사용하다 버리고간 토종벌통을 1990년 단양군 영춘면 오리골에서 촬영.

토종벌을 모아 꿀을 뜨기 위해서는 벌통에 벌을 끌어 들여야 하는데 그방법이 참 재미있다. 봄이면 산에 자생하는 벌집에서 여왕벌이 분가를 하게 되는데 이때 여왕벌을 따라 나선 뜨내기 벌떼를 모으기 위해 바가지를 엎어 매달거나 굴피나무 껍질을 벗겨 둥글게 말아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으면 떠돌던 여왕벌이 그곳에 정착하면 벌떼도 함께 모여들고 그것을 통나무를 뚫은 벌통에 가두어 토종벌을 치는 것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꽃에서 꿀 채취

토종벌은 봄부터 가을까지 산야에 널려 있는 갖가지 야생꽃에서 꿀을 채취해서 벌통에 모으면 벌치기 화전민들이 황설탕을 먹이로 대신 주고 꿀을 모두 따다가 팔았다.

양봉은 꽃이 대량으로 피는 지역을 찾아다니며 많은 양의 꿀을 받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양봉가들이 나무상자로 만든 벌통을 다량으로 제주도로 가져가 이른봄 유채꽃에서 꿀을 받고 꽃피는 시기에 따라 이동하며 육지로 건너와 아카시아, 밤꿀 등을 따기도 한다.

   
▲ 화전민 뜰에 놓았던 토종벌통.한겨울에 촬영하여 벌의 움직임이 없다.
양봉업자들은 영왕벌을 인위적으로 키워 벌통을 늘려 나가는데 비해 토종벌은 인위적으로 늘릴 수도 없고 꿀도 1년에 한 번 따며, 그 양도 1.8정도 인데, 양봉은 한통에 20정도의 꿀을 생산하니 토종꿀과 양봉의 꿀값이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벌꿀의 역사는 스페인의 '바텐시아'돌굴에서 발견된 벽화에서 나타난 벌치는 그림으로 보아 BC1500년부터 꿀을 채취한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는 꿀벌의 역사기록이 없으나 삼국시대에 토종벌을 채취한 기록이 여러곳에 있는데 양봉은 일본인들이 들어오면서 시작된 것이다.

현재 나무상자를 짜서 벌을 키우는 방식은 1851년 미국의 '탱크스트로드'가 발명한 것으로 세계의 모든 양봉업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2000년2월 중국 운남성 라평(羅坪)유채꽃 축제때 사진촬영을 갔었는데, 수백만평의 샛노란 유채꽃도 장관이었으나 길가에 줄지어 놓은 벌통에서 쉴사이없이 꿀따내는 정경에 더 놀랐다.

그곳에서 갓 생산된 꿀은 깊은 맛은 없었지만 달고 값이 싸서 이것이 수입되면 우리나라 양봉 업자들에게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었다.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양봉이 아닌 토종꿀을 생산, 오염되지 않은 질좋은 꿀을 생산해야 하는데 지금 산골에 가보면 산불방지대책으로 화전민들을 철거시켜 화전민은 물론이거니와 농촌생활의 핍폐로 농사를 짓는 젊은이들이 없어 벌통조차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이마저도 박물관에 가야 볼수 있다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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