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춘향전의 여운
오페라 춘향전의 여운
  • 김기원<시인·문화평론가>
  • 승인 2016.12.14 1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

지난주에 의미 있는 오페라 공연이 청주예술의전당에서 펼쳐졌다.

청주예술오페라단(단장 최재성)이 창단 10주년 기념작품으로 무대에 올린 춘향전이 바로 그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춘향전은 현재명이 작곡한 한국 최초의 창작 오페라이다.

6·5전쟁이 발발하기 한 달 전인 1950년 5월 서울에서 초연된 이후 여러 무대에 오른 바 있으나 청주 공연은 이번이 초연이었다.

책으로 보고, 영화로 보고, 연극으로 보고, 마당놀이로 보긴 했지만 오페라로 춘향전을 보는 건 처음이라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성악가들이 서양복장을 하고 나와 이태리어나 불어 독일어 등으로 연주하고 연기하는 오페라에 익숙해 있던 터라, 한복을 입고 한국어로 연주하고 연기하는 오페라가 조금은 낯설기도 했지만 이내 춘향전의 색다른 재미와 감동에 빠져들었고, 왜 음악애호가들이 오페라를 찾는지 그 매력과 가치를 재인식하는 장이 되었다.

남원 부사의 아들인 이몽룡과 관기의 딸인 춘향과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과 춘향을 탐하는 변사또를 징벌하는 과정을 오페라 특유의 기법으로 해학적이고 풍자적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주요 등장인물인 춘향이와 이몽룡, 방자와 향단이, 변사또와 월매 외에도 운봉ㆍ이방ㆍ랑청과 광한루의 풍류객들과 동헌의 아전들과 암행어사 역졸들 등 80여 명의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멋진 화음을 냈다.

또한 이영석이 지휘하는 40여 명에 달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10여 명의 무용수와 합창단원들 그리고 무대설치ㆍ조명ㆍ분장ㆍ의상담당 등 많은 스텝들의 노고가 녹아 있었다.

이렇게 많은 성악가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스텝진들이 한자리에 모여 5개월여를 연습하고 여러 차례 리허설을 한 후 무대에 올리는 종합예술인 영화와 같은 장르가 오페라이다.

그런 만큼 오페라는 자금이 많이 소요되는 예술이다. 예술의 완성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비용이 더 들게 마련이다.

그러니 지방에서는 도나 시ㆍ군의 지원이 없으면 무대에 올릴 엄두를 못 낸다.

이번 청주예술오페라단이 선보인 춘향전은 크게 세 가지 시사점이 있다.

첫째, 외부 명망가를 초빙하지 않고 도내 음악인들만으로 환상적인 공연을 펼쳤다. 충북 음악인들만으로도 얼마든지 멋진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한 무대였고, 충북 음악인들의 저력과 우수성을 보여준 오페라였다.

둘째, 저비용 고효율의 오페라였다. 충북도와 청주시로부터 각각 2,500만 원씩 지원받아 연습 때마다 100여 명이 넘는 출연진과 스텝들의 식사비와 의상비와 무대장치비 등을 내고 나면 단원들의 출연료 주기도 버거운 게 현실이다. 그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관람객들의 갈채를 받는 감동의 무대를 만들었다.

셋째, 오페라를 보는 관람객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관람객을 유인하는 빅 스타가 없었음에도 4회 공연을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내용이 좋았다는 반증이고, 내용이 좋으면 관람객이 온다는 사실이다.

이번 오페라에서 눈에 띄는 성악가는 단연 춘향 역을 맡은 소프라노 고미현ㆍ한윤옥과 변사또 역을 맡은 바리톤 양진원이었다.

이들은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준 별 중의 별이었다.

그런 저력 있는 성악가들이 도내에 많은데 그들이 설 무대가 빈약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무튼 창단 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집념스럽게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 최재성 단장을 비롯한 청주예술오페라단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변변한 출연료도 받지 못하고 무대에 오른 성악가들의 음악사랑과 지역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요즘 인기연예인들이 출연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뮤지컬에 밀리고 있지만 오페라는 여전히 매력 있고 깊이 있는 클래식음악의 최고봉이다.

바야흐로 변사또 같은 몰이배가 득실거리는 세상이다.

춘향이와 이몽룡이 부른 `이리 보아도 내 사랑/ 저리 보아도 내 사랑'이라는 `사랑가'가 아직도 귀에 쟁쟁한 건 왜일까?

/시인·문화비평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