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 유감
성적표 유감
  • 최지연<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6.12.0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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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 최지연

지난 주간은 매우 바빴다. 혁신교육을 시행 중인 교육청의 혁신학교 중간평가로 2주간 혁신학교가 위치한 지역 곳곳을 다니느라 분주했다. 오랜만의 학교 나들이는 평가보다는 배움과 성찰의 기쁨을 주는 기회이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도 지난 주간 무척 바쁜 한 주를 보냈을 것이다. 프랑스 파리 시각 12월6일 오전 11시, 2015년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이하 PISA) 결과를 공식 발표하느라 말이다.

OECD 회원국 35개국 포함 72개국만 15세 학생 약 54만 명이 참여한 이번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상위권이었다. OECD 회원국 중 읽기 3~8위, 수학 1~4위, 과학 5~8위로 상위 성취 수준을 보였으며, 평가에 참여한 전체 국가 중 읽기 4~9위, 수학 6~9위, 과학 9~14위로 준수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성취 수준은 하락하고, 하위 비율이 늘어났다.

실제로 최하위 수준의 비율을 직전 주기인 2012년 평가와 비교해 보면, 읽기 7.6%에서 13.6%로 증가, 수학 9.1%에서 15.4%로 증가, 과학 6.7%에서 14.4%로 증가하는 등 최하위권 비율 증가는 우리가 한번 생각해볼 문제로 대두했다.

최하위권 증가 문제와 함께 조금 더 염려되는 것은 우리가 늘 고민하던 효능감, 학습 동기 등 정의적 영역이다.

신문기사에서 과학문제를 파악하는 것, 환경 변화가 생물종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 예측하기 등 과학 관련 과제를 스스로 얼마나 잘 해결할 수 있는지를 의미하는 자기효능감, 과학이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묻는 과학 학습에 대한 도구적 동기, 과학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 등은 2006년 평가에 비해 0.02점 높아졌다고 하지만 OECD 평균에 대한 표준점수로 환산해보면 도구적 동기를 뺀 모든 정의적 특성에서 OECD 평균보다 낮았다. 성취도는 높지만, 과학학습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현상은 개선되지 못한 것이다.

PISA의 목적은 전 세계 국가들의 과학, 읽기, 수학 성취도를 순위로 매겨 상대적 위치를 파악하는데 있지 않다. 오히려 평가 결과로 밝혀진 각 지표를 통해 각국의 교육 체제의 성과를 서로 비교할 수 있게 해주며 이를 토대로 각국이 교육정책을 수립하는데 기초 자료로 활용하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번 결과가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우리의 교육체제는 우선 이미 증명된 대로 높은 성취도를 이루는데 효과적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하는 교육 방식인 교사 중심의 설명과 시범, 수업을 통해 학생이 직접 탐구에 참여함으로써 과학적 신념을 배우는 교육 체제가 훨씬 효과적임을 OECD 보고서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높은 성취도 증명의 이면에 놓인 숙제에 대해서도 관심 가질 필요가 있다. 우선 하위수준 학생 비율의 증가이다. 지난 주간 시골의 아주 작은 혁신학교에서 목도한 하위권 학생들의 학습참여 증가는 학생의 배움을 중심으로 수업, 교육과정, 학교 문화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예시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학교의 지표 개선이 아니라 학생의 배움이 학생 자신에게 유의미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PISA결과에 따라 기초학력 수준 미달 학생을 줄이는 지표 개선은 학교장이나 교육부의 관심 사항만으로 인식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교육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수능 성적표를 받고 흡족한 학생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상대적 위치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 성적표가 자신의 모든 능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듯, PISA성적표 역시 그럴 것이다. 우리가 잘하는 것은 유지하고, 부족한 면을 찾아 더 성장하도록 노력하는 것,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 그것이 교육을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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