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귀천이 있다(?)
직업에 귀천이 있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6.11.29 1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직업에 귀천이 있을까? 없을까?

직업 가운데 귀하지 않은 직업은 없다. 직업에 대한 가치가 돈에 의해, 학벌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을 보면 아직은 우리 사회에 직업에 대한 귀천이 있는 듯도 싶다.

충북 도내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률이 3년 연속 하락했다. 장기 불황에 따른 여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고졸 우대 정책이 사라진 것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명박 정권 시절 특성화고의 설립 취지를 살리겠다며 정부에서 고졸 우대 정책과 마이스터고 신설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마이스터고에 수십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등 기술 전문인을 육성에 힘을 보탰다.

전국 모집 단위로 신입생을 뽑았던 마이스터고의 경우 상위권 학생들이 대거 지원해 대기업 취업까지 성공적인 기술인의 길을 가기도 했다.

대학 진학을 위해 특성화고로 진학한 학생들도 취업으로 눈을 돌렸고, 그결과 취업률이 대학진학률을 앞서는 역전 현상도 벌어졌다. 그러나 특성화고의 반짝 특수는 거기까지였다.

정권이 바뀌고 고졸 우대 정책이 사라지면서 특성화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사라졌다.

충북 도내에는 2000년엔 특성화고가 32교가 있었다. 16년이 지난 현재 6교가 일반계고로 전환했고, 26교만 명맥을 잇고 있다.

전국 금융권을 주름잡던 특성화고의 대표주자인 청주상고는 2009년 일반계고로 전환해 대성고로 교명을 변경했다. 충주농업고 역시 80여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지난해 일반계고로 전환하면서 국원고로 바꿨다.

 `전문 기술이 있어야 평생을 먹고 산다'고 말을 하면서도 내 자식만은 화이트 칼라로 살게 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아직은 간절한가 보다. 특성화고 학교 수는 감소해도 일반계고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을 보면.

지인이 몇년 전 캐나다로 연수를 다녀왔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현지 여성 은행 지점장을 집에 초대한 일을 들려줬다. 식사하면서 여성 지점장에게 남편이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더니 “하수구 수리공”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인은 부인이 은행지점장이면 적어도 남편이 대학 교수나 변호사 등 전문직종에 근무할 것이라는 기대치를 갖고 질문했는데 뜻밖의 대답에 잠시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당시엔 마음속으로 그녀의 남편이 돈이 아주 많거나 아주 잘생겼으니 지점장 아내와 결혼했을 것이라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기술을 중시하고 다양한 직업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캐나다 사회의 분위기 때문임을 알게 됐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성인남녀 2236명을 대상으로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1%가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직업의 귀천을 나누는 기준으로 `사회적 인식(35.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소득 수준(26.1%)', `업무 환경(11.9%)', `직업 안정성(7.2%)', `전문직 등 진입장벽(6.4%)'순이었다. `소득 수준'을 선택한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귀한 직업의 연봉 수준은 평균 1억2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비선실세인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SNS에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라는 글로 젊은 세대들에게 비수를 꽂았다. 촛불 민심으로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개선됐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