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공부했나 …
이러려고 공부했나 …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6.11.2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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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대통령감이다”

지난 5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1차 집회에 참석한 대구의 한 여고생에게 네티즌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주인공은 송현여고 2년 조성해양. 조양은 이날 집회장에 마련된 연단에 올라 7분 30초 동안 자유발언을 했다..

찬사가 나왔던 것은 조양의 막힘없는 연설과 함께 그 연설의 내용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그는 연설을 통해 신랄하게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조목조목 다 옳았다. 제대로 맥을 짚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언론까지 꼬집어 비판했다.

“현재 언론은 대통령이 아닌 최순실씨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외에도 역사 국정교과서와 한반도 사드 배치, 위안부 합의, 세월호 참사 등 말도 않되는 정책과 대처로 국민을 농락해 왔다. 증세없는 복지라는 아주 역설적인 공약을 내세워 대통령직에 당선됐고 그 이후에 담뱃세와 같은 간접세를 올려 서민들을 더 힘들게 했다.”

 “(결국) 약속했던 복지는 물거품이 됐고 국민의 혈세는 (최순실의) 복채처럼 쓰였다”

 “대통령은 국민이 준 권력을 사사로운 감정에 남발하고 주권자의 허락 없이 남용했다. 이제는 그 책임을 질 차례다. 우리는 꼭두각시 공주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개·돼지가 아니다”

거침없고 신랄한, 조목조목 다 옳기만 한 발언에 네티즌들은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조양이 발언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온라인 상에서 불과 사흘 새 조회 수 1백만 건 이상을 기록하며 관심을 끌었다. 조양의 연설은 그날부터 사나흘 간 전국에서 화젯거리로 떠오르며 회자했다.

교육부가 18일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입시 및 학사 관리 특혜의혹에 대한 특별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면접 시험관으로 나선 교수와 입학처장, 총장 등 모두 한통속이 되어 자격이 한참 미달인 정씨의 부정 입학을 공모했다. 총장은 입학처장에게 `무조건' 정씨를 뽑을 것을 지시하고 입학처장은 교수들에게 (평가 대상도 아닌) 금메달을 갖고 온 학생을 뽑으라고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지성'은 없었다. 교수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상부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 정유라보다 점수가 나은 학생 2명을 탈락시키고 총장과 입학처장의 지시를 이행했다.

누구 하나 안된다고 나선 사람이 없었다.

정씨의 입학 이후에도 교단의 유린은 계속됐다. 교수가 정씨 대신 직접 과제물을 만들어 제출해 학점을 주고, 답은커녕 욕설을 써놓은 답안지를 버젓이 통과시켰다.

이번 이대 정유라 부정입학 사건에 연루돼 징계·고발돼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된 사람은 최경희 전 총장을 비롯해 교수·교직원 등 모두 20여 명. 이런 전대미문의 어처구니없는 입시·학사 부정이 국내 최고의 지성 집단이라고 하는 이화여대에서 벌어졌다는 것에 대해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대구 송현여고 조성해양이 지난 5일 연단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청소년들은 이런 사회와 현실을 보며, 이러려고 공부했나 자괴감을 느끼고 괴로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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