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수사 47일…검찰, 초반 '패착' 막판 '대통령 정조준'
최순실 게이트 수사 47일…검찰, 초반 '패착' 막판 '대통령 정조준'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6.11.2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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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9일 투기자본센터 고발로 수사 시작…20일 이상 '허송세월' 비판
최순실의 31시간·청와대 압수수색·박 대통령 대면조사 무산 등 실책도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공범'으로 명시해 최순실(60)씨, 안종범(57)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9) 청와대 전 부속비서관을 일괄기소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된 지 53일, 이 사건이 수사팀에 배당된 지 47일 만이다.

사건 초반 미온적인 수사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검찰은 최씨와 안 전수석에게 직권남용 등 혐의, 정 전 비서관에세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특히 박 대통령에 대해 '공범'이라는 점을 명시해 피의자 입건을 결행하면서 막판 자존심을 살렸다.

당초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시민단체가 고발장을 제출했던 9월29일부터 10월말까지 별다른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으며 '골든타임'을 흘려보냈다. 11월이 넘어서야 수사의 속도를 올렸고, 이미 실기한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썻??

검찰은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지난 9월29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청와대 비선실세 개입 의혹에 대해 고발장을 냈지만 수사에 곧바로 착수하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난 10월5일에서야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했고, 다시 일주일이 지난 같은 달 11일에서야 고발인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 "수사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검찰은 오히려 느긋한 반응을 보였다. 국정감사에서 검찰의 수사 의지를 비판하는 야당 의원을 향해 "추석 연휴와 감사 준비 등으로 인해 늦어졌을 뿐 일정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수사본부를 꾸린 것은 10월27일이었다. 이 사건이 고발된 지 한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뒤늦게 수사본부를 구성했지만 그 사이 최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는 독일로 도피했으며 핵심 증거들을 인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또 검찰이 독일에서 영국을 경유해 귀국한 최씨를 공항에서 체포하지 않고 방치한 것은 최대 실책 중 하나로 꼽힌다. 결국 최씨는 30시간 이상 지난 10월31일에서야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그 사이에 시중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등 신변정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시간 동안 최씨는 관련자들과 입을 맞추면서 검찰수사에 대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0월29일 청와대를 압수수색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검찰은 청와대 압수수색 첫날 청와대 관계자들이 주는대로 자료를 받아오면서도 "청와대의 협조하에 임의제출이 원활하게 잘 이뤄지고 있다"고 밝혀 빈축을 사기도 했다.

검찰은 최씨 뿐 아니라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 등 핵심 피의자들의 신병을 한달이 지나서야 확보했다. 최씨가 스스로 귀국해 검찰에 출석한 게 10월31일이었고, 11월2일에는 안 수석이 검찰에 나왔다. 정 전 비서관이 검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은 것도 같은 날이다.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의 신병을 확보한 이후 검찰 수사는 다소 속도가 붙었다. 검찰은 사실상 11월부터 연일 이 사건에 연루된 전국경제인연합회, 대기업 관계자와 청와대 전·현직 직원 등을 불러 조사하는 강행군을 벌였다. 이때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빠른 속도로 하는 수사는 나도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기소 직전에 벌어진 청와대와 검찰의 '줄다리기'는 이번 사건 수사에서 검찰이 가장 초라했던 장면으로 꼽힌다.

검찰은 '골든타임'을 놓친 상태에서 시작한 수사인 만큼 시간과 명분에서 쫓길 수 밖에 없었고, 박 대통령 변호인의 "변론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는 빈약한 논리조차 무시할 수 없었다.

검찰은 최씨의 구속기한이 약 일주일 남았던 12일에 박 대통령 측에 "15~16일 대면조사를 하자"고 통보했다. 검찰은 이후 18일까지 미룰 수 있다는 양보안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지만 끝내 박 대통령은 최씨에 대한 기소 전 대면조사를 거부했다.

이후 검찰은 기소를 사흘 남겨둔 18일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문제될 수도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사실상 박 대통령의 피의자 신분을 인정하는 것으로 마지막 자존심을 세우려했다.

결국 검찰은 그동안 확보한 진술 증거, 업무 수첩, 휴대전화 녹음파일 등을 토대로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명시하고 피의자로 입건하는 것으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검찰은 재단 출연 기업과 관련된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박 대통령을 향해 끝까지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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