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딱고개
할딱고개
  • 김기원<시인·문화평론가>
  • 승인 2016.11.0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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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

어떤 산이든 오르기 힘든 구간이 있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있는 힘을 다해 넘어야 하는 고개가 있습니다. 가파른 경사면과 험한 고갯길로 인해 숨을 할딱거리며 올라야 하는 지점, 그곳이 바로 할딱고개입니다.

에너지가 고갈되고 힘에 부쳐 정상을 목전에 두고도 그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그곳. 고비입니다. 그 고비를 극복하는 자만이 정상에 당도할 수 있습니다.

세상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목표가 손에 잡힐 듯 말 듯한데 야속하게도 할딱고개가 나타나 갈 길을 더디게 합니다.

그래요. 할딱고개는 위기이자, 시련의 다른 이름입니다.

배가 수많은 풍랑과 암초를 헤치며 항해하듯 인생살이도 수많은 할딱고개를 헤치며 넘어야 합니다.

공부도, 운동도, 사랑도, 일도, 사업에도 다 할딱고개가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할딱고개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강인한 체력과 등정 내공이 없으면 높은 산을 오를 수 없듯, 꿈과 목표도 이와 같아서 부단한 노력과 극기가 없으면 이룰 수 없습니다.

이처럼 할딱고개 없는 명산도 없고, 시련 없는 성공도 없습니다.

세상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8부능선까진 잘 와놓고선 할딱고개에 이르러 지레 겁을 먹고 등정을 포기하는 부류와, 할딱고개를 무리하게 넘다가 쓰러지거나 다쳐서 정상을 목전에 두고 분루를 삼키는 부류와, 할딱고개를 보란 듯이 넘고 환희를 맛보는 부류입니다.

모든 사람이 정상을 밟고 꿈을 이루는 게 아닙니다. 오랫동안 내공을 쌓고 철저하게 준비한 자만이 꿈을 이루는 환희를 맛봅니다.

욕심낸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페이스조절도 잘해야 하고, 필요한 사전준비도 잘해야 합니다.

마라톤 할 때 손목에 찬 시계조차 무거워 벗어던지고 싶을 정도로 힘든 구간이 있었어요. 주저앉고 싶은 극심한 고통과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물리친 경험이 있어 완주의 기쁨을 압니다.

이처럼 할딱고개는 인간을 고단하고 불편하게 하지만 인간에게 겸손을 가르치고, 고진감래를 맛보게 합니다.

삶은 할딱고개의 연속입니다. 할딱고개에 웃고 우는 게 인생사입니다. 한 고개를 넘으면 또 한 고개가 나오고, 허리 펴고 살만하다 싶으면 몸이 아프거나 자식들이 말썽을 부립니다.

산 넘어 산입니다. 난데없이 할딱고개가 나타나 삶을 지치고 힘들게 합니다.

산이 있어 오늘도 산을 오릅니다. 갈 때마다 만나는 할딱고개,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였습니다.

정상에 오르려면 싫든 곱든 넘어야 하는 할딱고개였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얄미운 할딱고개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할딱고개 앞에서 지치면 쉬었다 가고 오던 길을 뒤돌아보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할딱고개와 친해졌더니 오르기가 제법 수월해졌습니다.

놀랍게도 힘들거나 지루했던 할딱고개가 고마워졌습니다.

가쁜 숨과 젖은 땀방울들이 나온 배를 들어가게 하고 무거운 몸뚱이를 날로 가볍게 해주니 여간 고마운 게 아닙니다. 걸림돌이라 여겼던 할딱고개가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축복인 거죠.

시련도 고비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시련과 고비라면 그 시련과 고비를 온전히 사랑해보세요. 그 사랑이 축복이 되는 놀라운 기적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할딱고개 없는 산은 산이 아닙니다. 할딱고개 없는 사랑도 사랑이 아닙니다. 할딱고개는 환희를 맞보게 하는 마중물입니다.

할딱거리며 사는 우리네 인생살이. 밀어주고 당겨주는 사람과 함께라면 할딱고개도 축복입니다.

/ 시인·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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