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고양이에 가린 실종 청년
천안 고양이에 가린 실종 청년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6.10.25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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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조한필 부국장(내포)

지난주 천안에선 '큰 사건' 두 건이 일어났다. 하나는 고양이가 손·발이 묶인 채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려진 사건이다. 첫 보도가 뜨자 수많은 전국의 언론이 추가 보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범인은 뉴스가 나간 지 이틀 만에 잡혔다. 동물보호단체에 최초 신고한 사람이 벌인 자작극이었다. 뜨거운 관심에 놀란 경찰의 신속한 대응이 눈에 띄었다.

또 한 사건은 지적장애 1급인 청년이 보호시설에서 실종됐다가 사망한 사건이다. 고양이와 달리 그다지 주목은 받지 못했다. 그 청년은 실종 5일 만에 보호시설에서 6km 떨어진 곳의 얕은 물웅덩이에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청년의 행방을 찾기 위해 경찰력 70여 명을 투입해 주변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허사였다.

 `천안 고양이 사건'이 알려진 건 천안시유기동물보호소장이 지난 16일 새벽 SNS에 “전날(15일) 밤 천안 서북구 성정공원 인근 쓰레기장에 세 살 고양이가 버려졌다”는 글을 올리면서부터다.

보호소장은 “고양이가 앞발과 뒷발이 천으로 꽁꽁 묶인 채 100ℓ 쓰레기봉투에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버려졌다. 그냥 놔뒀으면 질식해 죽었을 것”이라며 “당시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이 부들거리고 눈물까지 났다”고 말했다.

언론이 앞다퉈 소장을 찾아가 취재했다. 고양이의 발견 당시 모습과 쓰레기장 전경이 보도됐다. 동물애호인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해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에 언론들은 다음 날(17일) 속보를 내고 동물학대 사례를 묶어 보도하기도 했다. 엽기적 사건에 시민 반응이 뜨겁고 또 언론은 그걸 쫓아 연속 보도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경찰은 재빠르게 고양이 발견 장소 주변에 주차됐던 차량 블랙박스와 인근 CCTV 영상을 찾아 분석하는 등 수사에 힘을 쏟았다. “반려동물 분양업자가 거듭된 분양 시도가 불발되면서 버린 것으로 경찰 수사 가닥이 잡혔다”는 속보가 곧바로 나갔다. 경찰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 검찰에 송치할 거란 `강력한' 방침도 밝혔다.

동물학대 기사에선 한 동물보호단체 대표가 “동물을 생명체로 존중하는 태도가 약하다 보니 별다른 죄의식 없이 동물을 대상으로 한 가학적인 행동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동물보호와 생명존중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적장애 21세 청년이 천안 동남구 북면의 한 장애인보호시설에서 사라진 건, 고양이 발견과 같은 날인 15일 오후 1시15분쯤이였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른 원생들과 함께 양치질을 하고 난 뒤였다. 혼자 시설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보호시설 CCTV에 잡혔다.

실종 3일 만인 18일 오전 10시30분 첫 실종 보도가 떴다. “키 177cm에 마른 체형으로 곱슬거리는 스포츠 머리에 회색 목폴라티와 검정 바지를 입었고 빨간 슬리퍼를 신었다”는 구체적 인상착의까지 전해졌다. 이후 몇 개의 짧은 보도가 뒤따랐다.

그날 저녁 천안 고양이 사건의 범인은 잡혔다. 20대 후반 남녀 2명이 고양이를 길에서 줍고 나서 SNS 등을 통해 팔려다 실패하자 벌인 자작극으로 판명났다.

한편 한 주민이 숨진 지적장애 청년을 발견한 건 실종 닷새 만인 20일 오전이었다. 인근을 헤매다가 심한 탈진과 저체온증으로 변을 당한 것이다.

생명은 동물·사람 가릴 것 없이 모두 귀하다. 그러나 동물과 사람의 생명 가치를 비교할 순 없다. 우리 주위에선 지금도 어린이 등 많은 사람이 실종되고 있다. 동물보다 더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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