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사 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2.2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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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법의 판단은 옳다
지난 23일 청주지법은 한·미FTA저지 충북도민운동본부 대표들에 대한 집시법 위반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기각의 사유는 폭력시위를 사전 계획했다는 소명이 부족하고, 당사자들의 폭력가담 또한 밝혀지지 않았으며, 증거인멸과 도주 위험이 없다는 것 등이다. 청주지법의 판단은 서울중앙지법, 그리고 전국 법원의 판단과 일관된 맥이 있다. 그 맥은 인신구속의 최소화라는 인권(人權)의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혹자는 법원과 검찰의 갈등에서 파생된 것으로 잘못 이해하지만, 민주화된 선진사회에서 인신구속을 최소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박승호, 이상정, 김남균 등 구속영장이 청구된 세 사람에 대한 영장 기각은 법원의 인신구속 최소화 의지가 작동된 결과다.

지난 11월 22일의 시위는 봉기와 민란(民亂)의 성격이 있다. 즉 반국가적 시위나 반미 친북의 시위가 아니고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파생한 봉기로 보면 된다. 그날 시위의 중심은 농민과 노동자였고, 그 밖에 학생, 시민, 중산층이 가담했다. 농민이 중심이 되어서 시위를 한 것은 농민들의 생존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노동자나 서민들 역시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8000 시위대는 도청 정문까지는 평화적으로 행진했다.

다소 열기가 높았지만, 그것은 폭력을 계획하고 예비했다기보다는 축제와 같은 시위대의 열정이 표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도지사의 면담이 거부되면서 시위대 중 농민들이 격분하여 우발적 사태로 발전했다. 물론 이런 사태가 바람직한 것도 아니고 또 경찰과 검찰의 고충도 이해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들 세 피의자들은 24일 동안 비좁은 천막에서 영어(囹圄)생활을 해왔다. 추운 겨울의 풍찬노숙(風餐露宿)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충북도민운동본부의 세 사람을 품어준 청주 복대성당의 사랑에 찬사를 보낸다. 종교는 지치고 힘든 사람에게 희망과 위안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종교의 사랑과 자비가 곧 세상을 밝게 만드는 원천일진대 청주지법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 검찰과 법원의 법운용에서도 법리적 냉정만이 아니라 따스한 사랑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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