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빠진 바늘을 찾는 마음으로
바다에 빠진 바늘을 찾는 마음으로
  • 우래제 교사<청주 원봉중>
  • 승인 2016.10.0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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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우래제 교사

모처럼 가을비 내리는 날이다. 남부지방은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린 다음 날이라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다.

무료하던 터에 우리나라에서 미기록종으로 처음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큰해오라비난초를 찾아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개체수도 많지 않고 자생지도 한두 곳뿐이다. 마치 바다에 빠진 바늘을 찾는 것처럼 넓은 산야에 어느 한 지점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망설임 없이 동행하기로 하였다.

해오라비난초는 우리나라 중부와 남부의 습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햇볕이 잘 드는 습지에서 자라는데 작고 둥그스름한 구경(덩어리)에서 땅속줄기를 만들어 뻗어나가며 새로운 구경을 만든다. 구경에서 자란 가느다란 줄기 끝에 1~2개의 꽃이 달리는데 꽃은 흰색으로 입술판이 3개로 갈라지고 양쪽의 꽃잎 끝은 잘게 갈라진다. 꽃의 모습이 마치 날아오르는 해오라기를 닮아 해오라비난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주 오래전 집에서 몇 년 동안 길러보았던 터라 힘차고 고고하게 날아오르는 해오라기 모양의 꽃이 눈에 선하다.

해오라비난초를 닮았으며 해오라비난초 보다 한 달 정도 늦게 피는 것이 큰해오라비난초이다. 주로 중국 대만 동남아시아 일본 등 따뜻한 지방에 자생하는 것이 몇 년 전에 국내에서 처음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꽃받침 잎이 꽃잎보다 작고 해오라비난초의 꽃받침 잎은 녹색인데 큰해오라비난초는 흰색이며 부채꽃 모양인 아래 꽃잎의 갈라진 부분이 해오라비난초보다 짧은 것이 특징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으로 새로 외부에서 유입된 것인지 예전부터 자생해왔는지 궁금하다. 지구온난화로 외부에서 유입되었다면 제주도나 남해안 근처에서 먼저 발견되었어야 할 일. 그러나 좀 더 내륙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국립수목원에서도 우리나라 자생식물로 인정하고 있듯이 예전부터 자생한 것으로 보인다.

온종일 안개처럼 내리는 빗속을 찾아 헤매다 보니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두툼한 신발이 젖어든다. 온종일 헤맨 보람(?)도 없이 큰해오라비난초를 만나지 못해 마음마저 축축하게 젖어드는 듯하다.

어찌 가는 날마다 장날이랴! 가야물봉선보러 간 가야산에서 가야물봉선은 한 포기도 보지 못했고, 매화마름 보러 가서도 꽃 한 송이 보지 못하였지만 오늘만큼 막막하진 않았다. 궂은 날씨에다 개체수도 많지도 않고 자생지 정보도 부족하였으니 애초부터 찾으리라는 기대가 무리였던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를 일이다.

찾기 쉬운 장소라도 사람의 접근을 막아 철저히 보호해 놓아야 했을 터. 우리 눈에 띄어 자생지가 조금이라도 훼손되지 않은 게 다행인지도 모를 일이다.

세계적인 희귀식물을 국립수목원에서 인공증식에 성공했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이다. 좀 더 많이 늘려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년엔 해오라비난초도 키워보고 싶고, 국립수목원을 찾아가 큰해오라비난초도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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