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BAT, '불법재고' 조성해 2천억 담뱃세 탈루
필립모리스·BAT, '불법재고' 조성해 2천억 담뱃세 탈루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6.09.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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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담뱃세 인상차익 관리실태' 점검 결과
담뱃세 인상분 총 7938억원 국고 미환수…담배 제조사 및 유통업자 주머니로

필립모리스와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 등 2개 외국계 담배회사들이 정부의 담뱃세 인상 전 평소보다 수십 배 많은 재고를 조성해 세금 인상 후 판매하는 수법으로 2083억원의 담뱃세를 탈루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관련 규정이 미비한 탓에 담뱃세 인상분 총 7938억원이 국고에 환수되지 않아 KT&G를 비롯한 국내외 담배회사들의 배를 불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올해 5~6월 기획재정부 등을 대상으로 '담뱃세 인상차익 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비롯해 11건의 감사결과가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월1일부터 1갑당 594원의 담배 개별소비세를 신설하고 담배소비세를 366원 인상하는 등 담뱃세를 총 1591.9원 인상시켰다. 이와 관련해 담배회사가 미리 담뱃세를 내고 확보한 재고를 인상 후에 오른 가격으로 판매함으로써 부당한 재고차익을 거뒀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 감사원 확인 결과 필립모리스와 BAT는 담뱃세 인상 전에 허위 반출을 통해 탈법적 재고를 조성한 뒤 인상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수법으로 각각 1691억원, 392억원씩의 담뱃세 인상분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뱃세는 판매 시점이 아닌 제조장에서 물류창고 등에 반출된 시점을 기준으로 세금이 확정되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

우선 필립모리스의 경우 지난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 법안이 확정되고 '매점매석 고시'가 시행되기 직전 제조장 인근에 단기 임차한 창고로 5055만갑의 담배를 반출, 인상 전 담뱃세를 납부했다. 실제 제조장에서 반출되지 않은 5568만갑의 담배를 전산상으로 허위 입력한 뒤 인상 이전 담뱃세를 납부하는 수법도 썼다.

이를 통해 필립모리스가 담뱃세 인상 직전인 2014년 말 쌓아둔 재고는 1억623만여갑에 달했다. 이는 전년동기인 2013년 말 445만갑 대비 24배에 달하는 것이다. 필립모리스는 이들 담배를 지난해 1~6월까지 인상된 가격으로 팔아 1691억원의 담뱃세를 탈루했다.

BAT의 경우 2014년 7월 제조장 내 물류창고 일부 구역을 특수관계에 있는 업체에 임대해 준 뒤 전산상으로는 그해 말까지 여러 차례 해당 구역으로 담배를 반출한 것처럼 처리해 인상 전 담뱃세를 납부했다.

BAT는 이같은 수법을 통해 아예 제조조차 안된 900만갑을 비롯해 2014년 말 기준으로 총 2463만갑의 담배를 인상전 담뱃세를 납부한 채 재고로 쌓아둘 수 있었다. 이로부터 1년 전인 2013년 말 BAT의 재고가 '제로(0)'였던 점을 감안하면 비정상적인 재고물량이었다.

BAT는 담배값이 인상된 후인 지난해 1월부터 재고를 판매, 392억원의 담뱃세를 탈루했다.

필립모리스와 BAT는 담배 제조사가 재고를 과도하게 반출하거나 판매를 기피함으로써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한 정부의 매점매석 고시도 위반했다.

지난 2014년 9월 기재부가 매점매석 고시를 시행함에 따라 그해 9~12월까지 월별 반출량이 기준반출량을 초과하지 못하게 됐다. 그런데도 필립모리스와 BAT는 이 기간 기준반출량을 각각 506만5000갑, 1769만5000갑씩 초과해 반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담뱃세를 인상하면서 정작 담배회사들의 차익 환수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담뱃세 인상차익을 철저히 국고에 귀속시키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인상차익이나 담배 재고를 보유한 업체에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도 기재부와 행정자치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는 이같은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4년 12월31일 기준 담배 재고분 5억갑에서 발생한 담뱃세 인상차익 7938억원이 국가나 지자체에 돌아가지 못한 채 담배회사들의 주머니 속에 들어갔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를 업체별로 따지면 KT&G가 317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필립모리스가 1739억원, BAT가 392억원 등이었다.

편의점이나 마트, 슈퍼마켓 등 소매상들이 거둔 담뱃세 인상차익도 1594억원에 달했으며 수입업자나 유통업자 등 도매상들도 1034억원을 이문으로 남겼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와 관련해 허위로 담배 반출재고를 조성해 수천억원의 담뱃세를 탈루한 필립모리스와 BAT에 대해 각각 680억원, 158억원의 가산세를 물리고 탈루된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국세청 등에 통보했다. 기재부와 행자부 등에는 두 회사를 관련 규정에 따라 고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도 했다.

한편 국내 담배업체인 KT&G에 대해서는 탈루소득이나 매점매석 고시 위반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KT&G가 기재부의 매점매석 고시 시행 직전 이틀 동안 담배 1억100만갑을 반출하기는 있지만 조사결과 해당 물량은 지점이나 지사 등에 실제로 반출됐고 담뱃세 인상 직전인 2014년 말 재고도 1억9000만갑으로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다만 감사원은 KT&G가 점유율 50% 이상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점을 감안, 2014년 제조장 반출분에 대해 원가상승 요인이 없는데도 다음해 담뱃세 인상차익 만큼을 담배 가격에 더해 판매한 것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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