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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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2.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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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의 송백나무
장 인 산 <청주교구 총대리, 수동천주교회 주임신부>

이스라엘과 시리아 중간에 있는 레바논은 성경에 나오는 송백나무 숲으로 유명하다. 송백나무는 향기가 나면서 목질이 좋아 예전 임금들은 저택을 지을 때 즐겨 사용했고, 솔로몬 왕도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할 때 송백나무를 사용했다. 또한 송백나무는 수명이 아주 긴 나무로 3000~4000년을 사는 경우가 많다. 레바논의 송백나무 숲속 3그루의 나무들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나무의 꿈은, 가장 훌륭한 임금님을 모시는 어좌가 되는 것이었고, 둘째 나무의 꿈은, 선과 악이 대립해 싸울 때 선이 이기게 하는 것이 소원이었다. 셋째 나무의 꿈은, 사람들이 바라볼 때마다 하느님의 인자하심을 찬미하는 것이 꿈이었다. 어느날 사람들이 도끼와 톱으로 세 그루의 나무를 잘랐다.

사람들은 첫째 나무를 잘라 송판으로 켠 다음, 가축을 가두는 울타리로 썼다. 남은 한 토막은 속을 파 여물통을 만들었다. 둘째 송백나무도 잘렸고, 사람들은 큰 식탁을 만들어 가구점에 내다 놓았다. 돈 많은 이가 그 식탁을 샀고, 가족들이 식사할 때 식탁으로 사용됐다. 셋째 나무는 잘라놓고 사용할 게 없어 헛간에 놓아두고 문을 잠갔다. 그 나무의 꿈은 오랜시간 컴컴한 광속에서 잊혀진 것처럼 지냈다.

어느날, 첫째 송백나무, 즉 가축들의 외양간 울타리가 있는 곳에 젊은 부부가 찾아들어와 아기를 낳았다. 그 순간 하늘에는 큰 별이 나타났고, 천사들의 합창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늘 높은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천사들은 목동들에게 주님의 탄생을 알렸다. 아기의 어머니 마리아는 아기를 강보에 싸 여물통이 된 송백나무 구유에 누였다.

그때야 첫째 송백나무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임금님을 모시는 어좌가 된 것을 깨달았다. 둘째 송백나무가 식탁이 돼 있는 집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스승으로 보이는 분이 일어나 식탁둘레에 앉아있는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기 시작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고 말한 뒤 빵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올린 다음 떼어주며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해 내어줄 나의 몸이다"라고 하신 다음, 포도주가 담긴 잔을 들고,"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라고 말씀하셨다.

구세주 예수님은 이 말씀과 행동으로 미움을 누르고 승리한 사랑의 성사를 세우신 것이다. 둘째 송백나무는 깨달았다. 꿈이 이뤄진 것을 알고 감사를 드렸다. 셋째 송백나무는 광 속에 있었는데, 그 다음날 얻어맞고 채찍질 당해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사람을 끌고와 광속에 있던 셋째 송백나무를 꺼내 그 어깨위에 올려놓았다. 그 사람은 그 나무를 지고 죽음의 장소로 끌려갔다. '해골들의 산'으로 불리던 곳에서 그 사람은 그 송백나무 위에 누여졌고, 쇠못으로 손과 발이 못박혔다. 셋째 송백나무는 너무 슬펐다. 그러나 십자가에 달린 분께서 잘못한 이들을 용서하기를 아버지께 청하고 숨을 거두자, 하늘이 깜깜해지고 지진이 일어나고 구세주의 피가 십자가를 타고 흘러내려 땅바닥에 떨어졌을 때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다. 문둥병자는 치유받고, 죽은 사람이 살아나고, 죄인이 회개하는 일이 벌어지자, 로마군인 백인대장은 고백했다."하느님의 아드님, 구세주 주님이시로구나" 송백나무는 꿈이 이뤄진 것을 깨닫고 감사를 드렸다. 우리의 꿈은 너무도 자주 현실과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꿈을 품고 사는 사람이 돼야한다. 희망을 안겨주고 우리 운명을 바꾸어줄 꿈을 지니고 살아 새해에는 하는 일마다 잘 되는 복된 한해를 맞이하시길 진심으로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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