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41>
궁보무사 <241>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2.2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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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야 아니면 싹수가 없는거야'
9. 재수가 없으려니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방서가 지금 이런 어둠 속에서도 두 사람의 신분을 쉽게 알아낼 수 있는 것은 그때 사리 성주 옆에 아주 거만한 자세로 서있던 호위무사들과 예쁜 그의 애첩을 실제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울긋불긋한 오색(五色)천을 몸에 걸치고 허리엔 저마다 긴 칼을 차고 있던 키 크고 잘 생긴 그의 호위무사들은 쓰고 있는 투구에 기다란 꿩 깃털을 서너 개씩 꽂고 있었는데, 과연 저 자들이 사리 성주의 신변을 보호해주기 위해 서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볼거리감으로 세워두고 있는 건지 크게 의심이 갈 정도였다.

"으음. 아무래도 성주님 계신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봐!"

키가 큰 사내는 기다란 꿩깃털이 달린 투구를 머리 위에 급히 눌러쓰고 두 무릎 아래까지 벗어 내린 바지를 허겁지겁 치켜 올리며 이렇게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어머머! 그럼, 누가 침입을 했다는 말인가. 이걸 어쩌죠"

젊은 애첩이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챙겨 입으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하긴 일단 가봐야지."

"가면 위험할 텐데요"

"아 내가 바보인가 어느 귀신이 어둠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해칠는지도 모르는 그곳에 내가 왜 가 저어기 정 반대쪽으로 내가 달려가서 경비하는 걸 감독하는 척하고 있다가 병사들과 함께 쫓아가 보던가해야지."

"그럼, 저는 어떻게 하지요"

"여기서 목욕을 하는 척하고 있다가 주위가 잠잠해 지면 천천히 나오라고. 여자가 한밤중에 몰래 나와 저 혼자 목욕을 하다가 실수로 들키는 건 그리 큰 흉은 아니잖아 자, 그럼."

사내는 이렇게 말을 마치고는 어둠 속으로 황급히 사라져버렸다. 홀로 남게 된 성주 애첩은 잠시 상을 찡그리고 있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어선지 옆에 있는 두레박을 집어가지고 우물 안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는 두레박이 찰랑찰랑 넘칠 정도로 물을 담아서 위로 들어 올렸다. 어둠 속에서 이를 쭉 지켜보던 방서는 갑자기 심한 갈증이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방서는 이곳 소수성 안으로 몰래 들어온 뒤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있었다.

"아, 목말라! 지금 저걸 보니 내 목이 더욱더 타는구먼."

방서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마른 입맛을 쩝쩝 다셔댔다. 그런데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퍼 올린 애첩은 갑자기 이상한 짓거리를 하기 시작했다. 물이 가득 담긴 두레박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그대로 그 위에 자기 엉덩짝을 대고 요강처럼 살짝 앉아버렸다. 그리고는 희고 고운 두 손을 치마 아래로 내려가지고 푸드득거리며 애첩은 뭔가를 열심히 그리고 깨끗하게 씻어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으헹 아, 아니. 지금 저 여자가 뭐 하는 거야 혹, 혹시.'

방서는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세상에 우물물을 퍼내는 두레박 위에 그대로 올라타 앉아가지고 엉덩이를 들썩거려가며 자기 어느 후미진 부위를 저렇게 씻어대고 있다니.

'으음음. 세상에! 저런 소갈머리하고는. 아니, 저 여자는 자기가 마시는 물그릇에도 저 따위 짓을 하는가 변태야 아니면 싹수가 없는 거야'

방서는 눈살을 크게 찌푸렸다. 그러나 방서는 갈증이 너무 심했기에 어쨌거나 저 여자가 어서 빨리 볼일을 마친 뒤 두레박을 밖으로 꺼내 내놓았으면 하고 바랐다.

천하장사일지라도 목이 마르면 견딜 수가 없는 법! 저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얼른 퍼가지고 시원하게 목을 축여봤으면 하는 것이 지금 방서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푸드득거리는 물소리를 계속 요란하게 내고 있을 뿐 그녀는 두레박 위에 살짝 걸치고 앉은 자기 두 엉덩짝을 도무지 뗄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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