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지사에 대한 바람
안희정 지사에 대한 바람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6.09.0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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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조한필 부국장(내포)

2년여 전 지방선거 때다. 새누리당의 충남도지사 후보 경선에 이명수, 홍문표 현역 국회의원 2명이 나섰다. 그러자 일부에서 이들이 도지사 후보로 확정되면 큰돈 드는 보궐선거를 해야 한다며 나서지 말 것을 종용했다. 당시 전국 여러 지역에서 현역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는데 유독 충남서만 반대 의견이 드셌다.

이번엔 안희정 도지사의 대권 도전이 ‘문제’가 됐다. 그의 대권 향한 발걸음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닌데, 최근 공개석상 혹은 SNS에 적극적 의사 표명을 해 더욱 불거졌다.

지난 5일 윤석우 충남도의회 의장이 안 지사의 대권 행보에 따끔한 소리를 했다. 그는 “당은 다르지만 충남에서 훌륭한 인물이 나온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라고 덕담을 한 뒤 “그러나 도정과 대권을 분리해 도정에 전념하지 않고 대권만 간다면 도정에 소홀하게 된다. 대권에 도전하려면 도지사는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정 공백이 우려되니 사퇴하란 얘기다. 새누리당 도의회 의장이 더불어민주당 도지사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납득은 되지만 너무 야박한 말로 들렸다.

경기도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도의회 더불어민주당측이 도와 추진하는 ‘연정협약서’에 남경필 지사(새누리당)가 대선에 출마하면 연정을 파기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시켜 논란이 일었다.

국회의원이 도지사 선거에 나설 수 있듯이, 현역 도지사도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 미국에선 주지사가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는 일이 다반사다. 우리나라서도 종종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현행법도 요구하지 않는데, 국회의원·도지사직을 반납해야 한단 말인가. 이렇게 되면 내년 보궐선거(4월 12일) 때 충남, 경기, 제주(원희룡 도지사) 등 3개 도가 새로 도지사를 뽑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만약 안 지사가 선거 한 달 전까지 사퇴하면 보궐선거는 치러야 한다. 반면 이후 사퇴하면 도지사 선출 없이 행정부지사의 도지사 대행체제로 간다. 도지사 선거 비용은 100억원이 넘게 든다. 2010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258억원, 2011년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때 113억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뽑힌 도지사 임기는 고작 1년이다.

안 지사는 국민이 다 아는 엄연한 대권주자다. 사퇴 종용으로 안 지사 발목을 잡을 단계는 이미 지났다. 그는 몇 달 전 “내년 초 공식 경선출마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다. 그러나 며칠 전 “동교동도 친노도 뛰어넘겠다. 친문도 비문도 뛰어넘겠다. 김대중 노무현의 못다 이룬 역사를 완성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사실상 대권 도전을 명확히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도지사가 사퇴해 도정까지 보궐선거 분위기로 술렁이지 않았으면 한다. 안 지사는 도정의 ‘큰 그림’은 이미 다 그려놓았다. 도정은 행정부지사와 전문직 간부공무원들이 끌고 가면 큰 행정 공백은 없다. 도지사직 포기를 요구하기보다 안 지사에게 “도정은 전문직 공무원이 꾸려 나갈테니, 이제 더이상 도정을 대권 도전의 지렛대로 활용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만 전하면 된다.

동남아까지 아우르는 환황해시대 선언, 양성평등사회 제안 등 도정을 넘어선 국가적 비전도 충분히 내지 않았는가. 이젠 ‘국정을 이끄는 거창한 충남도정’ 보다 손에 잡히는 내실있는 도정이 절실하다.

안 지사가 정식 대권 도전 선언 후 곧바로 사퇴하지 말고, 보궐선거 직전 사퇴해 도정이 2017년·2018년 연거푸 선거에 휩싸이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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