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닫기
마음 닫기
  • 정명숙<수필가>
  • 승인 2016.08.2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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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정명숙

현관 앞에서 새끼고양이 세 마리가 허리를 쭉 펴고 제집마냥 누워 있다.

아침운동을 하고 들어오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눈치를 살핀다. 배가 고픈가 보다.

다섯 마리는 어디로 갔는지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다. 산골 속, 담장이 없는 집이다 보니 들 고양이뿐만 아니라 가끔은 고라니 새끼도 들어오고 뱀은 수시로 들락거린다.

처음엔 몹시 놀라기도 했으나 지금은 그들과 동거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눈에 뜨여도 모른 척한다. 헌데 주위를 맴도는 어미 없는 고양이 새끼는 외면하기가 어렵다.

두어 달 전에 처마 밑에 쌓아놓은 장작더미 속에 들 고양이가 새끼를 여덟 마리나 낳아놓았다. 어미는 제대로 먹질 못해 마르고 털은 윤기를 잃었지만 새끼에 대한 모성은 무척이나 강했다.

내가 마당에서 풀을 뽑느라 서성이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새끼들이 텃밭의 작물 틈으로 모두 도망친 후에야 어미도 자리를 뜬다. 작은 생명들이 마당과 텃밭으로 몰려다니며 뒹굴고 장난치는 것을 볼 때마다 귀여워서 다가가는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라 머쓱해지고는 한다.

언제부턴지 어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린 것들에게 구역을 넘겨주고 다른 곳으로 갔나 보다.

어미가 없어도 잘 논다. 먹다 남은 음식을 내놓고 집안으로 들어오면 어느새 하나 둘 나타나 먹어치우지만 늦게 온 놈은 먹질 못해 내가 나타나면 주위를 떠나지 않고 빙빙 돈다.

사람들은 나에게 남은 음식을 고양이에게 주지 말라고 한다. 먹거리가 있으면 더 많은 고양이들이 모여들 터이고 개체 수가 늘면 곤란하단다.

지금도 들 고양이들 때문에 불편한 것이 하나 둘이 아니다. 추운 겨울엔 더욱 심하다. 밤이면 베란다에 내놓은 의자 방석에서 잠을 자거나 세탁해 널어놓은 이불 위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그때마다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먹질 못해 얼마나 추웠을까 하는 안쓰러움이 앞서 그들을 탓하질 못한다.

잠시 테라스로 피신했던 고양이들이 다시 현관 앞으로 모인다. 마당 끝에서 시작된 들 고양이 밥 주기가 어느새 현관 앞까지 왔다. 지금 마음을 닫지 않으면 집안까지 들어올 기세다.

독하게 마음먹어야 한다. 허나 저들의 표정에는 엄마를 바라보는 애련함이 있다. 맑은 눈망울이 나를 흔든다. 그냥 지나치질 못하겠다. 애완견사료를 들고 현관문을 열고 있는 내가 한심한 걸까. 오늘도 마음 닫기는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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