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1개소병원 의료법' 과잉규제 논란
'1인1개소병원 의료법' 과잉규제 논란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6.08.2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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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진료·의료의 질 저하' vs '직업수행 자유·평등권 침해'
2012년 개정안 국회 통과…충분한 논의없어 졸속개정 후폭풍

의료인이 복수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규정한 의료법 제33조 8항, 이른바 '1인1개소법'으로 불리는 법조항이 충분한 심의를 거치지 않아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1인1개소법은 2012년 국회에서 통과된 조항으로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두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기존의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는 규정을 강화한 것이다.

이전에는 의료인이 다른 병원을 개설하지 않더라도 지분 투자 등의 방식으로 경영에 관여할 수 있었지만 '1인1개소법'이 시행되면서 네트워크 형태의 의료기관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가 흔들리게 됐다. 의료법 제33조8항을 '네트워크병원 금지법'이라고 비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유디치과 등 네트워크 병원들과 '1인1개소' 조항을 둘러싸고 수년전부터 치열한 갈등을 빚어왔다. 지금은 헌법재판소가 1인1개소법에 대한 위헌제청을 받아들이면서 심리중이어서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치협은 의료영리화 등을 이유로 1인1개소법을 지지한다. 1인1개소 조항이 헌재에서 위헌으로 결정나면 의료인 한명이 수십, 수백개가 넘는 의료기관을 소유하며 투자자를 모집해 운영성과에 따라 배당금을 배분하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이유다.

의료영리화는 무리한 환자 유치나 과잉진료를 불러일으켜 의료과소비를 조장하고 의료설비와 시설에 대한 과대한 투자로 의료자원 수급계획이 왜곡된다는 점, 소규모 개인 의료기관의 폐업 등 건전한 의료질서가 붕괴될 것이라고 치협은 주장한다.

반면 의료계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1인1개소법'을 두고 다양한 의견수렴이나 신중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채 공청회 한 번 없이 졸속으로 추진된 입법 폐해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한다.

의료법 제33조8항과 같이 의료인의 두개 이상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금지하게 되면 일부 유명 대학병원이 불법 의료기관으로 내몰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 네트워크 병원측의 주장이다.

일부 유명 대학병원은 본원과 분원의 병원장은 다르지만 본원의 병원장이 분원의 병원장 임명 등 운영에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만큼 의료기관을 직접 개설하지 않더라도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의료법 제33조8항을 위반할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보건복지부와 법제처도 본인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있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 이사진의 일부로 운영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의료인이 두개 의료기관의 운영에 개입한다면 예외 조항이 없으므로 위법'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결과적으로 1인1개소법이 불법 의료기관을 양산하게 되고 천문학적인 액수의 요양급여환수처분대상이 될 수 있어 의료계에 큰 파장과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법조계 한편에서는 이러한 모순된 상황을 의료법의 개정이 충분한 사전 검토없이 졸속으로 이뤄진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법인 신앤유의 김종식 변호사는 "개정 의료법 33조8항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법제처 등 유관기관이 모두 반대의견을 개진했으나 공청회 한번없이 제대로 하지 않은채 74일 만에 졸속 개정됐다"며 "의료계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 내에서도 1인1개소법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

지난달 5일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중 의료기관 경영효율화 방안에는 의료법 33조 8항에서 '운영'의 범위가 모호해 의료컨설팅의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며 2017년 상반기까지 보건복지부를 통해 의료기관이 이용할 수 있는 경영지원서비스의 허용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선진국인 미국과 영국, 캐나다에서는 네트워크 병원을 장려하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1인1개소법'으로 의료산업 선진화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은 지역사회나 주정부, 종교 및 개인이 운영하는 공립 네트워크 병원이 156개, 사립 네트워크 병원이 1538개 있다. 영국과 캐나다도 각각 4개, 8개씩 네트워크 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네트워크병원 측에서는 직업수행 자유나 평등권 침해 등의 이유를 들어 '1인1개소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디치과의 경영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는 ㈜유디의 고광욱 대표는 "기득권 치과의사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개정된 1인1개소 법은 시대에 역행한다"며 "의료계의 경쟁적 발전을 막고 의료소비자의 선택권 마저 제한하는 완전히 잘못된 조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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