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양궁협회의 원칙
대한양궁협회의 원칙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6.08.1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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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올림픽 사상 최초의 양궁 전 종목 석권. 세계 스포츠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할 위업이다.

대한민국 양궁의 이 쾌거는 마지막 금메달 주인을 가리는 남자 양궁 개인전 우승으로 완성됐다. 주인공은 구본찬(23·현대제철).

결승전에서 프랑스의 장 샤를 발라동을 만난 그는 세트 점수 7대 3으로 승리를 따내며 올림픽 최초의 양궁 전 종목 석권이라는 쾌거를 완성했다.

그러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64강, 32강, 16강전까지는 쉽게 상대를 제쳤으나 8강, 4강전은 피를 말리는 접전이었다.

호주와 미국의 강자들을 연장전에서 단 한발로 승자를 결정하는 ‘슛오프’까지 치른 끝에 금메달 고지를 밟았다.

세계 언론은 한국 양궁의 이번 신화를 경이롭게 지켜보며 찬사를 이어갔다.

세계양궁연맹(WA)은 홈페이지에서 “한국이 리우 올림픽에서 전 종목 석권이라는 올림픽 새 역사를 완성시켰다”고 극찬했다.

이어 “한국은 1988 서울올림픽, 2000 시드니올림픽, 2004 아테네올림픽, 2012 런던올림픽 등에서 3개 종목 정상에 올랐지만 전 종목을 석권하진 못했다”며 “그러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남녀 단체전과 남녀 개인전에서 4개의 금메달을 모두 휩쓸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무결점에 가까운 기량’, 미국 블리처리포트는 ‘한국 양궁은 무자비할 정도로 최강’이라고 추켜세웠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한국의 양궁은 중국의 탁구처럼 세계 최강’이라고 타전했다.

원칙. 외신이 세계 최강인 한국 양궁의 비결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강한 정신력, 유년기 때부터의 엘리트 교육 등. 로이터통신은 ‘불편한 쇠 젓가락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한국인의 손끝 감각’이라는 이채로운 분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대한양궁협회의 대표 선수 선발 과정의 투명성과 원칙을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양궁협회는 선수들은 올림픽 선발전 때 과거 수상 경력에 관계없이 선수를 뽑는다. 양궁협회 등록 선수 중 100위권 이내 선수가 선발전에 출전하는 데 8개월 동안 서바이벌 게임을 통해 최종 대표팀 3인이 가려진다. 오로지 기록만을 보기 때문에 선발 과정에 대통령이라도 개입할 수 없다.

총 4055발을 쏘아 가장 점수가 좋은 선수가 대표로 선발된다. 이때까지 선수들은 표적지 확인을 위해 사선에서 표적까지 이동하는 거리가 무려 182㎣다. 그래서 세계대회 우승보다 한국 대표 선발전이 더 어렵다고 선수들은 말한다.

지난 런던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의 1등 공신인 최현주는 런던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할 뻔했다. 8개월간의 서바이벌게임에서 선발된 최현주가 올림픽 개막 직전에 성적이 나오지 않자 일부에서 선수 교체론을 들고 나온 것. 그러나 당시 문형철 대표팀 총감독은 “절대 안 된다. 원칙을 지켜줘야 후배들도 선발전 시스템을 믿고 갈 수 있다”며 교체론을 잠재웠다. 이후 최현주는 중국과의 런던올림픽 결승전에서 가장 많은 10점을 쏘아 넣으며 대표팀을 세계 정상에 올려놨다.

우리 양궁협회가 세계무대에 진출하면서 30여년간 지켜온 원칙. 스포츠는 물론 정치권, 경제계 등 우리 사회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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