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삼거리공원의 스토리텔링
천안삼거리공원의 스토리텔링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6.08.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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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조한필 부국장(내포)

‘천안삼거리공원-스토리텔링을 통한 공간 브랜딩 용역.’ 천안삼거리공원을 스토리를 토대로 브랜드화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천안시 최종용역보고회 때 정작 스토리를 찾기 어려웠다. 천안삼거리의 장소성과 ‘능소와 박현수’ 설화의 특성을 철저히 분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들을 쏟아내도 “산만하다”는 평가만 나올 뿐이었다.

천안삼거리공원을 전 국민의 ‘러브마크’로 만들자는 게 브랜드화 전략이었다. 러브마크는 랜드마크를 빗대 만든 조어다. 이를 실현시킬 핵심콘텐츠를 선정했다. 삼거리, 버드나무, 만남, 풍요, 어머니, 갈등 중재자 등을 키워드로 스토리텔링 의지를 보였다.

또 삼거리공원 근처에 조선시대 ‘삼기원(三岐院)’이 있었다는 걸 옛 자료에서 찾았다며 원(院)개념을 들고 나왔다. ‘만나고(어울터), 배우고(배움터), 즐기는(해밀터)’ 세 부문으로 나눠 공원을 개발하자며 원개념을 적용했다. 낯선 우리말, 해밀이 등장했다. ‘비 갠 뒤 맑게 개인 하늘’이란 뜻으로 여기선 치유로 해석했다. 조선시대 역원(驛院)은 여행자를 위한 시설이다. 역은 말을 바꿔 타는 곳이고, 원은 숙박시설이다. 원은 천안에만 여러 개가 있었고 전국적으로 수도 없이 많았다. 보고서에선 ‘원의 기능과 정신’을 계승한다고 했는데, 그 정신이 뭔지 모르겠다. 숙박시설에 정신이 있을 게 뭔가.

공간 스토리텔링은 해당 장소가 가진 독특하고 다양한 경험(스토리)을 찾아내 그 공간에 녹아들게 해야 한다. 그래서 사전 정보없이 찾아온 방문자도 그곳의 정체성을 쉽게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즉, 너나없이 다 있는 원(院)이 아니라 충청, 전라, 경상도가 만나는 삼거리(三岐)의 장소성에 치중해야 한다. 게다가 원은 왁자지껄한 여관촌으로 배움터가 되기 어렵고, 먹고 쉬는 해밀터는 원처럼 잠자는 곳도 아니다.

삼거리 설화도 스토리텔링에서 빛을 잃었다. 능소와 박현수 이야기가 실체는 없고 상징성만 남았다.

사랑박물관을 만들어 일반인ㆍ유명인의 러브스토리로 꾸미자는 아이디어는 참신했다. 하지만 얼마나 시민들 러브스토리 응모가 있을지, 또 그 콘텐츠가 많은 사랑을 받을지도 미지수다. 우선 “사랑박물관이 왜 천안에 있어야 하는지”가 설득력 있게 설명되지 않고 있다. 또 사랑의 선물 찾기는 능소의 사랑 테마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이렇게 삼거리 설화가 사라진 상황에서 정작 기념품 판매장엔 능소와 박현수가 등장한다. 사랑이 이뤄지는 능소 별자리 기념품, 고시 준비생들 위한 박현수 나무 심기 상품 등이 생뚱맞다.

공간 스토리텔링을 위해선 공간의 개별성에 대한 분석이 앞서야 한다. 천안삼거리는 충청, 전라, 경상도 삼남(三南)의 선비와 서민이 만나는 곳이다. 이곳의 역사성부터 살렸어야 했다.

여러가지 시설 제안이 있었다. 충청도 음식점 거리, 숲 속의 별자리 공원(분수대), 카페 및 캠핑존, 생태미로길, 추억 속의 재회 키오스크(터치스크린), 전통주 칵테일 라운지, 꼬마 다락방, 기적의 생태 놀이터, 익스트림 스포츠 광장 등. 배움터에선 난데없이 핀란드식 협동 교육법이 강조됐다. ‘천안판 협동학’을 만들자는 얘기도 나왔다.

천안삼거리에 분명히 스토리(story)는 있는데 텔링(telling)이 부족한 형국이다. 스토리텔링에 일관성이 보이지 않았다. 아이디어는 많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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