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행정이 필요한 이유
예술행정이 필요한 이유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7.1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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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 3팀장(부장)

지난 1일 청주시립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충북도에서 첫 시립미술관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던 만큼 시민들의 기대와 관심이 쏠렸다. 규모는 작지만 내실을 기한다면 청주의 명소가 될 것이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개관전 역시 청주연고작가를 중심으로 한국현대미술계에 획을 그은 7인의 대형 작품들을 선보여 모처럼 충북예술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청주시는 시립미술관 개관 준비를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1년 전부터 초대관장을 선임해 개관에 따른 준비를 시작했고, 개관전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작품성 있는 작가 선정에 돌입했다. 개관전시를 담당할 전시기획자를 선정하고, 작품 대여와 미술관 주차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누구랄 것도 없이 관계자들의 1년간 노력과 예산으로 얻어낸 긍정적인 평가인 셈이다.

겨우 발을 뗀 시립미술관이지만 개관전에 공들인 만큼의 성과는 오히려 기관의 ‘예술’ 과제를 더 분명히 보여줬다. 앞으로 이어질 시립미술관의 모든 전시가 개관전 예산을 넘어서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술관장의 역할과 네트워크에 따라 전시의 품격은 물론 미술관의 위상까지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행정적 기틀이 구축된 만큼 이제 전문직 관장제로의 전환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공무로서의 행정이 아니라 예술을 위한 행정이 요구되는 시점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예술행정의 필요성은 청주시립예술단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화예술체육회관이 운영하고 있는 4개 시립예술단은 예술감독이 상주하면서 단원들과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공무원 규정을 적용하면서 예술인들과의 소소한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파열음이 나면서 공무원도 예술인도 모두 피해자가 됐다. 관리자로서의 공무원이나 창작자로의 예술인이나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이 상황은 예술행정에 대한 부족한 인식차와 온도차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음이다.

문화가 돈이 되는 시대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문화산업이 덩치를 키우면서 충북도 문화예술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는 문화예술계의 예산이 많아졌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타 분야보다 홍보가 많이 요구되는 사업들이다 보니 부풀려진 것도 사실이다.

몇 억부터 몇 백억의 예산이 투입되는, 눈에 띄는 사업을 보면 대부분이 문화예술과 관련이 있다. 충북에서 올해 추진되는 굵직한 문화예술사업만 보더라도 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 2016직지코리아, 20 16제천한방바이오박람회 등이 연달아 개최될 예정이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예술행정이나 예술경영은 전무한 상태다. 행사 때면 공무원 파견으로 급하게 추진하고 이벤트 회사에 맡기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행사 책임자가 문화예술 판을 모르면서 행사를 치르다 보니 수준도 평년작이다. 이는 문제를 정확히 진단할 전문가가 없다는 간접 증거이기도 하다.

당장 공무원 조직을 변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문화융성시대에 걸맞게 예술행정 조직으로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머지않아 문화예술이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축이 될 것이고, 곧 도래할 인공지능시대에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것은 문화예술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문화예술계의 개방직 공모도 고려할 만하다.

예술은 창조다. 진정한 창작은 자율성에서 나온다. 창작자들에게 자율적 책임을 안겨주면서도 행정의 묘를 담보할 수 있는 예술행정은 그래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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