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마을
시가 있는 마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2.1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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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길에서
김 철 순

사람들은 네 집 내 집

금을 그어놓고 사는데

사람들은 네 편 내 편

마을을 갈라놓고 사는데

풀꽃들은 너와 내가 없다

땅과 하늘의 경계도

만들지 않는다

나, 여기에 이사와서

살고 싶다

시집 '오래된 사과나무 아래서'(모아드림)중에서

<김병기시인의 감상노트>

꽃의 마을에는 금이 없다. 금을 그어 소유할 것이 없다. 꽃은 제 몸을 다 내놓고 산다. 제 몸을 다 먹으라고 한 올의 옷도 입지 않고 산다. 꽃 피면 꽃씨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꽃씨 흙에 들면 또 다시 꽃으로 피어나는 것 아니냐고 향기로 말한다. 그래서 내 집과 네 편이 없다. 꽃을 만나면 좋다. 꽃을 만나면 내가 꽃이 된다. 꽃을 만나면 말이 향기가 된다. 지금은 추운 겨울. 꽃씨가 금을 긋고 살았다면 솜이불 같은 눈이 내려 그들을 부드럽게 덮어주겠는가. 우리는 누구에게 꽃처럼 따스한 눈빛을 주고 있는가. 시간은 꽃처럼 피어나는 것. 오늘과 하제의 경계가 없으니, 하루를 천년처럼 사는 것이 꽃의 마음이다. 사람은 경계 없이 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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