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36>
궁보무사 <236>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2.1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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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릉 장수님께서 용렬하게 생기진 않으셨을 터이니…"
4. 재수가 없으려니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이봐! 학소.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백곡이 보낸 자가 맞을까"

팔결성 장수 두릉은 그를 직접 만나 뵙겠다며 찾아온 자가 괴정의 안내를 받아 지금 막 이리로 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자 참모인 학소에게 물어보았다.

"아마 맞을 것입니다. 제가 장수님의 명을 받고 어제 백곡을 찾아가 장수님의 속내를 솔직히 전하였을 때 백곡은 뭔가 한참 생각하고 나더니 제게 말했습니다. 조만간 자기 속뜻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자를 장수님께 직접 보내드릴 것이니 그렇게 아시라고요."

학소가 조금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그자가 정말로 백곡이 내게 보낸 자임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장수님께서 몇 가지 질문을 해보시면 아실 것입니다."

곧이어 두릉을 만나러 온 사람이 있다고 병사가 와서 말을 전했고, 두릉이 이를 허락하자마자 괴정과 가곡이 어느 늙은 사내 하나를 데리고 막사 안으로 함께 들어왔다. 꾀죄죄한 옷차림만큼이나 그 늙은 사내의 쭈글쭈글한 얼굴은 상당히 볼품없게 보였는데, 게다가 지금 몹시 겁이 나는 듯 작고 비쩍 마른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네가 백곡이 보낸 자이냐"

두릉이 정중하게 허리 숙여 인사를 올리는 늙은이에게 물었다.

"그것보다도 어느 분이 팔결성 두릉 장수님이시온지 제게 먼저 알려주십시오. 저는 오로지 두릉 장수님께 전해드릴 말씀만 받아가지고 이곳을 찾아왔을 뿐입니다."

늙은 사내가 초라하게 생긴 모습이나 겁먹은 태도와는 아주 달리 침착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너는 두릉 장수님이 누군지도 모르고서 여기를 찾아왔다는 말이냐"

그를 데리고 온 가곡이 잠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늙은 사내를 쏘아보며 물었다.

"저는 다만. 두릉 장수님께 전해드릴 말씀만을 가지고서 찾아왔기에."

늙은 사내가 갑자기 덜덜 떠는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어허! 아무래도 이놈 태도가 수상한데요 조금 전만 하더라도 자기가 두릉 장수님을 만나 뵙자마자 준비해 온 말을 당장 꺼내놓을 것처럼 굴더니만."

옆에 있던 가곡이 퍽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아 됐다! 보아하니 우리 팔결성의 힘이 별로 미치지 못하는 곳에 살고 있는 자 같구나. 자! 네가 찾고 있는 팔결성 두릉 장수가 바로 나다. 대체 내게 무슨 말을 하려고"

장수 두릉이 사내를 부드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

"정말로 팔결성 두릉 장수님이 맞사옵니까"

늙은 사내가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는 듯 신중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렇다니까."

"아닐 것입니다. 팔결성 두릉 장수님께서 댁같이 그렇게 풍채도 없이 용렬하게 생기진 않으셨을 터이니."

늙은 사내가 고개를 가로 내저으며 말했다.

"뭐라고"

"아니, 이 자식이 건방지게"

"어디서 감히 그 따위 소리를!"

괴정과 가곡, 그리고 학소까지 벌컥 화를 내며 칼 손잡이에 손을 갖다 댔다.

"아, 그만해라! 대충 보아하니 백곡이 보내온 자가 틀림없이 맞는 것 같구나."

웬일인지 두릉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두릉의 이런 변화에 그의 부하들은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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