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장 머리 가마솥에…” 일본군 만행 고발
“의병장 머리 가마솥에…” 일본군 만행 고발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6.06.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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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한국독립운동사硏 선임연구위원 오늘 논문 발표

강원도 고성 의병장 권형원 총살 등 지도자 12명 집단 학살

“일본서 두골 목격 … 유골 찾아 한국에 모시려는 노력 필요”
▲ 권형원의 초상.
구한말 항일 투쟁 의병장을 총살한 뒤 목을 자르고 그 머리를 가마솥에 넣고 삶은 일제의 천인공노할 만행이 뒤늦게 밝혀졌다.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는 박민영 선임연구위원이 28일 제324회 월례연구발표회에서 ‘고성(高城) 의병장 권형원의 의병투쟁과 단두 부전(釜煎) 수난’을 발표한다.



독립기념관에 따르면 강원도 고성군 서면 송탄리 출신의 권형원(1854∼1907·건국훈장 애국장)은 1907년 10월 20일 의병 350명을 이끌고 고성읍을 습격, 5시간 동안 머물며 그곳에 주둔해 있던 일본군 1개 소대를 유린한 뒤 철수했다.

이후 분풀이에 나선 일본군은 의병을 후원하던 인근 여러 마을을 돌며 지도자 12명을 집단 학살했다. 이때 자택에 숨어 있던 권형원도 일본군에게 체포돼 총살을 당했다. 수난은 사후에도 계속됐다. 분이 풀리지 않은 일본군은 시신에서 목을 잘랐고, 잘라낸 두부를 일본군 수비대 본부가 있던 장전항(고성 북쪽)으로 가져가 가마솥에 넣고 삶는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다.

이 사실은 후손과 고향 노인들이 남긴 다량의 구전, 증언 자료에 생생히 기록됐다. 권 의병장의 손자 권혁수는 1962년 당시 정부에 제출한 공적 추천서에 당시 상황을 보고 들은 노인 8명의 증언을 토대로 이같은 사실을 적시했다. 추천서에는 “9월 고성 남강전투에서 적병 대부대와 교전하다가 참패하자 숲에서 총살형을 당하고 말았는데 놈들은 ‘두부(頭部)를 자절(刺切)하여 100도 이상의 비발(沸潑)에 팽증(烹蒸)해’(머리를 잘라 끓는 물에 삶아) 자국으로 보냈다”라고 쓰여있다.

박 연구위원은 민족주의 역사학자 박은식이 1915년 중국 상해에서 간행한 한국통사에도 이같은 내용이 나온다고 밝혔다. 한국통사에는 “일본병은 강원도 고성군 마을에서 의병의 종적을 탐색했다. 동리 사람들이 겁에 질려 알지 못한다고 대답하자 바로 7인을 참수하여 머리를 저자에 돌려가며 보였으며, 또 한 마을에 들어가 의병을 색출하다 찾아내지 못하자 즉시 촌민 두 명을 사살하고 그 시체를 가마솥에 넣어 삶아서 익은 뼈와 살을 여러 사람에게 보였다”는 내용이 소개돼 있다.

박 연구위원은 “권 의병장에 대한 공적 추천서 기록과 한국통사의 기록은 전혀 다른 시대에 다른 사람이 남긴 것임에도 상당 부분 장소와 방법, 인물 등이 일치하거나 유사하다”며 “이를 통해 일제의 야수적 속성과 만행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권 의병장의 잘린 두골은 일본의 한 신사(神社)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권형원의 14촌 아우 권증원이 1930년대에 일본 유학 시절 수학여행 때 어떤 신사를 찾았을 때 거기에 비치된 ‘강원도(江原道) 권형원(權亨源)’ 표식이 있는 두골을 목격했다는 얘기가 공적 추천서에 나와있다”며 “유골을 찾아 한국에 모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천안 이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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