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대란'은 없었다…"휴원, 어린이집만 손해"
어린이집 '대란'은 없었다…"휴원, 어린이집만 손해"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6.06.2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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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으라더니…맞춤형 보육 정책 맞지 않아" 비판도
"지난주 금요일 어린이집 휴원 통보를 듣고 아이를 어디에 맡길지 고민하고 있는데 다행히 어제 '휴원하지 않기로 했으니 아이를 보내도 된다'고 문자가 왔다. 아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나도 일하러 가는 길이다."

'맞춤형 보육'에 반대하는 어린이집들이 집단 휴원을 예고한 23일, 우려했던 보육 대란은 없었다. 일부 어린이집이 휴원에 참여한다고 밝혔지만 서울 강남, 잠실 등 대부분 어린이집은 정상적으로 문을 열고 운영했다.

서울 강남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오전 11시가 좀 넘자 아이들의 점심 준비에 나섰다. 오후 1시 낮잠시간 전에 밥을 먹이고 소화를 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늘(23일) 자율 등원이라고 통보했지만, 전원이 다 어린이집에 출석했다"며 "내일도 휴원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 잠실에 있는 어린이집 교사 임모(31)씨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았던 블록을 정리 중이었다. 그는 "집단 휴업에 돌입했다고 하지만 다른 날과 다르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며 "평상 시처럼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맞춤형 보육 제도에 대해 어린이집과 교사, 자녀 어머니 등 모두 반대하고 있다고 해서 휴원을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며 "부모들 사이에서 'OO어린이집은 휴원이 잦다'고 소문이 나면 어린이집만 손해"라고 했다.

이날 워킹맘들도 대체로 큰 불편 없이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에 사는 워킹맘 노모(32)씨는 "(어린이집) 휴원 얘기가 돌았냐?"며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별말이 없어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노씨는 "집 주위 어린이집들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한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용인에 사는 워킹맘 한모(34)씨는 "휴원한다는 보도를 보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우리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정상적으로 문을 연다고 해서 한시름 놓았다"며 "서울 사는 동생의 어린이집은 휴원한다고 해서 어제 엄마가 급히 서울로 가셨다"고 말했다.

휴원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면서도 정부의 '맞춤형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대구에 사는 전업주부 김모(34)씨는 "맞춤형 보육 정책이 발표되고 난 후 내 주위의 5세 아이를 둔 엄마들이 어린이집 대신 유치원을 보내기 시작했다"며 "어린이집 '맞춤반'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이 짧기도 하고 또 어린이집 휴원 얘기가 나올 때마다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나처럼 집에만 있는 엄마들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라며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하거나 번역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위 친구들은 맞춤형 보육으로 경력이 단절될 위기에 처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무래도 어린 자녀가 있으면 부업 하는데도 시간 제약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그만 공부방을 운영 중인 최모(33)씨는 "맞춤형 보육 정책이 시행되면 공부방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라며 "따로 등록하지 않고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어서 종일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대구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는 서모(37)씨는 "나라에서 아이를 낳으라고 하더니 맞춤형 보육 정책을 들고 나왔다"며 "이게 과연 제대로 된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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