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인생
100세 인생
  • 김영희<청주상당도서관 팀장>
  • 승인 2016.06.1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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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 김영희

세월에는 분명 질주본능이 있는 게다. 그렇지 않고서는 벌써 6월이 됐을리가 없다. 그새 절반을 지나고 있다니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 같다.

얼마 전 TV에서 렉쳐멘터리(강연+다큐멘터리)를 보니 120세의 쇼크라는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2015년 3월의 타임(Time)지에 ‘지금 태어난 아이는 142세까지 산다’라는 도발적인 기사가 실렸다고 한다. 현재 연구 중인 노화억제물질이 상용화되면 평균수명이 142세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또한 생명과학자들은 유전자 분석, 빅 데이터, 나노기술의 발달로 가까운 미래에 보통 120세까지는 살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가끔 우스갯소리로 재수 없으면 100살까지 살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과학자들이 120살 142살은 운운하니 갑자기 100살은 식은 죽 먹기 쯤으로 여겨진다. 나의 의도와 선택에 상관없이 수명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노년이 멀다고 생각해서 인지 오래 사는 것이 꼭 반갑지만은 않다. 노년이 멀다? 그것부터가 아이러니일 수 있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60세도 되지 않았다고 하니 말이다.

여하튼 퇴직 이후의 긴 알파에이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아직은 좀 여유가 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알파에이지도 금방 내 앞에 나타나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무엇이 중요한가? 경제적인 부분은 차치하고 건강, 일, 관계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건강이야 아파 본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모두 공감하는 기본 요소이다. 건강해야 움직일 수 있고 움직일 수 있어야 일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으며 일과 즐거움이 있어야 제대로 살아있음이다. 일로는 지금 이 직업 다음에는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늘 염두에 두고 있지만 아직 방향도 못 잡고 있다. 친구 중에 꽃집아줌마가 있다. 꽃도 팔고 꽃꽂이 강의도 하고 원예 테라피도 하고 공부도 한다. 친구는 꽃을 가지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하고 있고 앞으로의 변화에도 촉각을 세우는 것이 일상이다. 그럼 나의 일상은? 나는 조직이라는 철옹성 안에서 짬짬이 생각만 할 뿐이다. 이래서야 원….

그다음 관계망. 가족과 친구와의 돈독한 관계는 참으로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시시콜콜 간섭에 진저리가 나고 멀어지면 그 간섭이 그리워지기까지 하니 그 경계를 알 수도 정할수도 없다. 그래서 종종 생각한다. 가까운 사람은 남처럼 대하자. 남처럼 깍듯하게. 그래야 내가 예의도 지켜줄 수 있고 나도 대우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그래도 내 삶의 원천적인 힘은 그들임을 잘 안다.

시대를 조금 먼저 살고 있는 작가 김직은 ‘50대가 꼭 알아야 할 모든 것’에서 후회 없는 인생 후반기를 살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해준다. 여러 가지 실천 방법 중 공부하는 습관으로 지적으로 늙어가기가 있다. 가슴에 콱 박히는 말이다. 지적으로 나이 들기 위해서는 계속 공부하라는 것이다. 여기서의 공부는 학습적인 것이 아니라 풍부한 독서로 다양한 지식을 배우고 이 배움이 인간의 가치를 높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렇다면 우리가 갈 곳은 도서관이다. 내일의 시험공부를 하러 가는 도서관이 아니고 나의 가치를 높이러 가는 도서관. 수암골 아래 상당도서관에서 우리 같이 100세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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