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결혼·육아 꿈꾸고 싶다"…대형마트 비정규직 4명 월급명세서 공개
"나도 결혼·육아 꿈꾸고 싶다"…대형마트 비정규직 4명 월급명세서 공개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6.06.15 15: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월급명세서를 공개하며 최저임금 1만원 보장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1만원, 월 209만원은 마트 노동자의 절실한 요구"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 4명이 참석했다. 이들이 공개한 급여명세서에 따르면 주 32~35시간 근무에 대한 기본급으로 A사는 103만4340원, B사는 119만6820원, C사는 112만원을 지급했다.

또 기본 시급으로 A사는 6170원, B사 6540원, C사 6400원을 적용하는 등 대형마트 3사는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으로 급여를 책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이 마트 노동자의 임금으로 직결되는 현실"이라며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로 생계를 유지하는 현실의 고단함을 털어놓았다.

홈플러스에서 일하고 있는 오재본(38·여)씨는 "뭔가를 배우고 싶다든가 여행을 간다든가 하는 것은 나의 현실과 맞지 않는 얘기"라며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제 현실을 비관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혼과 육아를 생각해보지만 한 달에 120~130만원을 받으면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참 두렵고 불안하다"며 "최저임금 1만원이 된다면 저도 결혼이나 육아를 지금처럼 절망적으로 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근무 2년차인 이현숙(43·여)씨도 "최근 6개월 간 기본급을 평균 냈더니 114만원이었다"며 "기본 생활을 하는 데 드는 돈을 빼면 20만원이 채 되지 않는 돈이 남는다"고 밝혔다.

자녀 2명과 함께 살고 있는 홈플러스 노동자 권혜선(56·여)씨. 그는 "한 달에 딱 30만원이 남는다. 애들한테 도움 받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금액"이라며 "애들도 엄마한테 계속 생활비를 대줘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러울 것 같고 나도 폐를 끼치는 것 같은 마음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씨, 오씨, 권씨는 모두 대형마트 무기계약직이다.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최대영(37)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실 수령액이 116만원 남짓 되는 현실이다. 실비보험 드는 게 부담스러워서 이것저것 따지게 되고 미래를 위한 저축 따위는 아예 꿈도 못 꾸게 된다"며 "사위로서, 아들로서 응당 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그런 것들이 큰 부담이 돼 가족모임을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최저임금 본연의 취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위원회가 492만명 저임금노동자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진정성 있는 최저임금 심의를 통해 당사자를 위한 최저임금 심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될 최저임금은 사용자위원, 노동자위원, 공익위원 각 9인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쳐 결정된다. 2017년 최저임금은 오는 28일 결정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