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33>
궁보무사 <233>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2.1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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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속에서 뭔가를 한참 끄집어내고 있어요"
1. 재수가 없으려니

여기는 한벌성에서 멀리 떨어진 험악한 산 길.

사천과 내덕 그리고 그의 부하 십여 명이 빈 마차 서너 대를 끌고 가는 중이다.

"이거 참! 가죽위에 숯검정으로 대강 쓱쓱 문질러 표시만 해놓은 걸 가지고서야 어디가 어딘지 도통 알 수가 있나 이것만으로 꽁꽁 감춰진 동굴 입구를 어떻게 찾으란 말이야"

사천이 몹시 못마땅한 듯 투덜거리며 옆에 있는 내덕을 쳐다보았다.

"그러게 말일세. 아무리 부용아씨를 호위해주는 일이 바쁘다지만 우리를 잠깐 따라와서 그곳을 냉큼 가르쳐주고 가면 얼마나 좋겠나."

내덕도 몹시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지금 이들은 가경처녀가 한벌성주에게 말했던 바로 그 동굴을 옳게 찾아내어 그 안에 감춰뒀다는 비싼 짐승 털가죽, 귀한 약재 등등을 모두 꺼내가지고 한벌성으로 되돌아가는 일을 맡은 자들이었다.

그런데 가경처녀가 그 동굴 위치를 하도 성의 없이 그려줬던 탓으로 그 근처에 가까이 오긴 온 것 같지만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더 이상 알아볼 수 없는 난감한 처지에 놓이고 말았던 것이다. 바로 이때, 앞장서 갔던 부하가 헐레벌떡 쫓아와 사천에게 고하였다.

"지금 저 앞에 이상한 놈들이 있습니다. 동굴 속에서 뭔가를 한참 끄집어내고 있어요."

"뭐, 뭐라고"

사천과 내덕이 깜짝 놀라 동시에 외쳤다.

"놈들은 모두 네 명인데 동굴 속에서 밖으로 끄집어내 놓은 걸로 보아하니 꽤나 값이 나가는 것 같습니다."

"아니, 그 그럼. 놈들이 우리가 찾고 있는 바로 그 동굴을 먼저."

내덕이 두 눈을 휘둥그렇게 치뜨며 물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으으음, 발칙한 놈들 같으니! 안되겠다. 얘들아! 한 판 붙을 준비해라."

사천이 명령을 내리자마자 부하들은 제각각 칼을 뽑아 들거나 창을 비껴든 채 매우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어느 자그마한 동굴 앞.

강치 일행은 동굴 안에 깊숙이 감춰놓았던 비단이며 마포 따위 등등을 밖으로 끄집어내느라고 지금 한창 바쁜 중이었다.

"아휴! 힘들어!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우리보다 앞서 간 사람들 편에 좀 더 많이 주어서 보내는 건데."

일행 중 어느 누가 정말로 힘이든지 오만상을 찌푸리며 이렇게 투덜거렸다.

"그러기에 대충 이익을 봤다 싶으면 미련 없이 얼른 떠났어야지. 괜히 욕심을 내어 팔결성에 일부러 찾아갔다가 대체 지금 이게 무슨 꼴이야"

또 다른 누가 크게 푸념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큰일이네! 머잖아 해가 곧 기울어질 텐데 저걸 죄다 꺼내려면. 어휴!"

"그것보다도 우리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죽도록 얻어맞다보니 이제 내 온몸의 살이 죄다 떨리고 맥이 탁 풀어져버린 기분이야."

"아까 그 계집애(가경처녀)한테 얻어맞지만 않았더라도 훨씬 덜 아플 텐데."

"아이고, 죽겠다."

동굴 안에서 커다란 비단 더미를 양 어깨 위에 짊어지고 나오던 자가 너무 지치고 힘이 들었던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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