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비리, 보고만 있을 텐가
법조비리, 보고만 있을 텐가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6.05.23 2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 김기원

50억원! 중소기업 연매출액도, 공익재단 설립자금도 아닙니다. 복역 중인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받은 최유정 변호사 수임료였습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숨투자자문 실질대표인 송모(40·복역 중)씨로부터 재판부와의 교제나 청탁 목적으로 50억 원을 추가 수수해 100억 원대의 부당 수임료를 챙겼다고 하니 아연실색입니다.

50억원은 연봉 5천만 원 받는 직장인이 100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어마어마한 돈입니다. 죽어라고 일해도 월 100만 원도 못 받는 열정페이들이야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자본주의국가에서 자기 돈을 쓰는 것을 탓할 수 없습니다. 탈세만 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문제는 돈으로 부당이득을 얻는 데 있습니다. 정경유착과 법조비리 같은 검은 암묵적 결탁이 문제인 것입니다.

사실 돈 많은 사람들에게는 50억 원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영어의 몸이 되지 않는다면 2,000억 원 가진 자에겐 200억 원은 대수롭지 않게 쓸 수 있는 돈일 테니까요. 하루 일당 5억 원의 황재노역을 하고 출소한 허재호 대주그룹 회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심하기 그지없지만 대한민국 사법정의의 현주소입니다.

억울해도 돈이 없어 변변한 국선변호사도 마음 편히 못 쓰는 사람들이 지천인데, 재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이렇게 엄청난 거금을 변호사 수임료로 주고받는 건 상식 밖의 일입니다. 년 5,000만 원의 수임료도 못 올리는 변호사들이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억울하면 부자가 되지, 그게 부러우면 전관변호사가 되지 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정말 이건 아닙니다. 이런 법조비리가 공공연해지면 사법정의가 무너져 국가공동체가 붕괴되는 비극을 초래합니다. 더 늦기 전에, 국민의 공분이 폭발하기 전에 바로 잡이야 합니다.

돈으로 힘 있는 로펌을 사면, 부장판사나 부장검사 이상을 하다가 퇴임한 지 일 년이 안 된 이른바 전관 변호사들을 사면 죽을죄도 사함 받고, 구속 중에도 병보석 등으로 쉬 풀려나오는 불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돈 많은 사람들의 이런 전행을 막지 못하면 그들의 치부와 탈세와 갑질은 하늘을 찌를 듯 기고만장할 것입니다.

아무튼 부자들과 법조인들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세상입니다. 그래서 부자들은 더욱 큰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참으로 고약한 적폐입니다. 그러므로 사회를 좀먹는 법조비리를 척결해야 공동체의 미래가 있습니다.

법은 국가를 지탱하는 근간이며 약자들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법이 있어 약자와 빈자가 그나마 두 다리 뻗고 삽니다. 이런 법들이 강자와 부자들의 기득권 보호에 악용되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낳고 있습니다. 재벌들에게 정치인도 법조인도 종교인도 머리를 조아리는 세상입니다. 참 가관입니다.

막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최태원 SK회장이나 이재현 CJ회장 등 그동안 있어왔던 재벌들의 수임료도 공개해야 합니다. 그래야 법의 정의가 바로 섭니다. 돈으로도 안 되는 것이 있어야, 돈으로도 안 통하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법치이고 사법정의입니다. 그래야 가진 자의 갑질과 횡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아직은 불의에 현혹당하지 않고 묵묵히 사법정의를 지키는 판ㆍ검사와 변호사들이 주위에 있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어려운 고시를 패스한 후 스스로 한 각오와 다짐, 그 초심을 견지하고 있으리라 믿는 까닭입니다.

법조비리를 심판하는 이들도 같은 법조인들이긴 하지만, 비록 초록은 동색이고 유유상종이지만 그들의 양심을 믿고 애써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봅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사회를 위해 건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