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 냄새가 나는
- 이원종 비서실장 임명에 부쳐
가을 하늘 냄새가 나는
- 이원종 비서실장 임명에 부쳐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6.05.16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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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이틀전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이 대통령비서실장에 임명되었다. 낭보였다. 정부인사에 이처럼 환호해보기는 처음이다. 그가 충북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다. 충북지사를 지낸 인물이라 그런 게 아니다. 참 좋은 사람이라서, 참으로 훌륭한 사람이 중책을 맡아 그런 거다.

그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충북지사 3선도 마다한 사람이다. 국무총리 하마평이 있을 때마다 손사래 치던 그였다. 한자리 얻어 볼까 권부를 기웃거릴 사람이 아니기에 환호하고 환영하는 것이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74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가 밤낮없이 대통령을 보좌해야 하는 격무를 잘 감내할 수 있을까이다. 하기야 73세의 반기문 UN사무총장도 세계를 누비고 다니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고 나아가 차기 대통령후보 감으로도 회자되고 있으니 괜한 노파심일 게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임기 초의 비서실장도 아니고, 여대야소의 비서실장도 아닌, 여소야대가 되어버린 임기 말 비서실장이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 또한 그의 숙명이다. 협치를 해야 하는 대통령의 리더십과 의사결정을 보좌해야 할 구원투수로 등판했으니 그게 그의 시대적 소명이다.

이에 집권여당은 ‘탁월한 친화력과 신망을 갖춘 분이니 앞으로 청와대와 정치권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에 앞장 서 주시리라 기대한다’고 환영했고, 야당은 ‘대통령께 직언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부호를 달며 폄하했다. 이점이 바로 이원종 비서실장이 앞으로 헤쳐나갈 과제요 숙제인 셈이다.

필자는 이원종 실장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어 그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이 실장을 충북도지사로 9년간 지근거리에서 모셨고, 그런 인연으로 퇴직 후 ‘원종지사, 시종지사’라는 칼럼을 5회에 걸쳐 인기리에 연재한바 있으며, ‘다시 이원종의 향기에 젖다’라는 칼럼을 써서 그와 속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은 바 있다.

그는 함께 있으면 편하고 즐거운 사람이다. 부하직원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존중해 주는 사람이며, 시골스러움과 도시적 세련미를 동시에 지닌 참 맑은 사람이다.

한마디로 가을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이다.

가을 하늘은 높고 넓다. 그리고 청정하다. 그런 만큼 높고 넓고 청정한 품성으로 난마처럼 얽혀 있는 국정의 실타래를 잘 풀어 가리라 기대한다. 모함과 술수가 판을 치는 정치판이라 저어 되는 부분이 없진 않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니 그리하리라 믿는다.

대통령비서실장이라는 자리는 대통령의 그림자인 동시에 국정의 균형추가 되는 자리이다.

특정지역 특정세력에 전도되어서는 안 되는 자리다.

충북출신이니, 충북을 사랑했던 도백이었으니, 충북인 최초의 대통령비서실장이니 충북의 현안에 대한 건의와 요청이 쇄도할 것이다.

중부고속도로 확장, KTX세종역 신설과 수도권규제완화 저지, 철도박물관과 한국문학관 유치 등이 바로 그것이고 이 같은 지역의 이해가 걸린 문제가 발생하면 우르르 달려갈 터. 같은 입장이라면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충북의 손을 들어주고, 그렇지 않으면 옳은 것은 옳은 것이어야 하고 아닌 것은 아니어야 한다.

충북의 관가나 정치권도 그가 대통령을 잘 보좌해 대한민국의 융성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무리한 요구를 삼가고 적극 성원해야 한다.

그게 바로 충북인의 기개요 정신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참으로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비서실장이 되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우체국 공중전화 동전수거요원으로 공직을 시작해 구청장 도지사 서울시장 대학총장 등을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로, 박근혜 대통령보다 10년 연상이니 중후하게 대통령을 잘 보좌하리라 믿는다.

비서실장의 성공적 업무수행은 대통령의 국정성공과 대한민국의 융성의 초석임을 상기하며, 취임을 거듭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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