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복(福)짓기
내 복(福)짓기
  • 김영희<청주시 상당도서관 팀장>
  • 승인 2016.05.1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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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
▲ 김영희

갑자기 생긴 임시공휴일로 긴 연휴를 보냈다. 연휴 마지막 날 아빠가 잠들어 계신 대전 현충원에 다녀왔다. 지난 한식 때 가 뵀어야 하는데 하는 일 없이 시간이 지나버렸다. 참으로 이상하다. 아빠와의 이별을 생각하면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았는데 이제 3년이 지났을 뿐인데 그런데도 소홀해지고 있다. 절대 슬픔의 수위가 낮아질 것 같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쉼 없이 눈물이 났다. 집안 어르신이 죽은 사람 너무 그리워하면 맘 편히 저승 못 간다고 해서 꾹꾹 참았다. 그 눈물이 자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예고 없이 통제할 수 없이 터져 나왔다. 그래도 산 사람은 살고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진리임은 틀림없는 게다.

아빠는 생전에 그리 다정다감하게 표현하시지는 않으셨다. 속마음이야 어떠셨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늘 어렵게만 느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돌아가시고 나니 그동안의 속정이 느껴졌고 가정을 위해 끝까지 애쓰셨던 그분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이제 그 마음들이 그리움을 넘어 나의 정신에 살아계시는 걸 느낀다. 그러니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하는가 보다.

그러나 아직 엄마가 계신다. 엄마도 벌써 70대 후반이 되셨다. 아직은 정정하고 꼿꼿하고 고우시지만 세월을 이길 수는 없다. 젊어서 우리 4남매를 매우 엄하게 키우셨지만 지금은 한없이 약해지셨다. 마음이 아프다.

그러던 차에 이번 어버이날에는 나 나름대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해봤다. 가족여행은 많이 다녔으니 엄마와 친구분들을 같이 모시고 제천으로 힐링여행을 계획했다. 김밥이랑 음료수랑 바리바리 싸들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떠났다. 오근장역에서 기차를 타고 제천에서는 관광버스로 일일투어를 했다. 제천은 슬로시티, 에코힐링의 도시라고 하더니 휴양하기에는 제격인 곳이다. 한방 발마사지, 전통시장 구경, 스파가 그날의 여행 일정이었다. 연휴 시작일에 맞춰 서둘러 떠났는데 때마침 어린이날이라 사람들로 북적인다. 어르신들이 힘드실까 불편하실까 걱정되어 속으로 ‘하필이면…’을 연발 외쳐댔다. 철커덕 철커덕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이 오랜만에 기차를 타니 옛날 생각나고 좋으시단다. 옛날에는 청주시내에도 기찻길이 있었고 기차타고 학교도 다녔다고 하시면서 당신들의 젊은시절 이야기를 주렁주렁 꺼내신다. 그러면서 요즘도 기차여행이 있다고 하는데 가을에는 그런 여행을 꼭 가보고 싶다고 하신다. 내가 얼른 받았다. 아! 그러시면 올가을에 그 여행을 꼭 시켜드리겠노라 약속했다. 그래도 이번 여행이 좀 괜찮았나? 속으로 비죽이 웃음이 난다.

작가 노희경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다시 생을 시작할 수 있다면 못다한 효도부터 하리라고 한다. 그녀가 엄마께 한이 되었던 일들,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로 부모도 자식의 한이 된다고 한다.

내겐 아직 서로에게 한을 남기지 않을 시간이 남아있다. 작은 실천으로 이번 가을 효도여행을 꼭 해드릴 것이다. 효도라는 미명아래 하는 것들이 어쩌면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일이라는 것을 또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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