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나의 길
  • 심억수 <시인>
  • 승인 2016.05.0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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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심억수

연초록 산천이 점점 짙어지고 라일락 향기가 마음을 흔드는 5월이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연초록 햇살이 봄을 산란한다. 꿈과 희망을 잉태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나는 가끔 삶의 활력을 다지고자 대청호 둘레 길을 찾는다. 바쁜 일상에 굽이굽이 대청호 둘레 길을 운전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느긋하게 대청호의 풍광을 만끽한다. 여유를 가지고 자연 속에 나를 포함하는 시간이다.

대청호 둘레 길을 운전하며 나의 길을 돌아본다.

나의 길도 늘 편안하고 아름다운 길만은 아니었다. 대청호 둘레 길처럼 때로는 오르막길도 만났고 내리막길을 급하게 내려오다 넘어지기도 하였다. 어떤 날은 갈림길에서 목표를 잃고 방황하기도 했다. 문학적 열정도 시들었고 치열했던 시심도 잠든 때도 있었다. 그때는 무기력하고 험난한 나의 길이 내 생의 치욕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뒤를 돌아보니 그 또한 아름다운 도전이고 삶의 여정이었다.

문학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어떠한 삶의 길을 걸어가고 있을까? 청남대로 향하는 관광버스를 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문학의 정의가 다양하다. 나에게 문학은 별개의 삶의 조건이 아니라 나의 삶 그 자체이다. 내 인생에서 또 다른 무엇을 하려는 준비가 아니라 본연의 자아와의 만남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문학은 나의 삶 그 자체이다. 작품 속에 표현되는 모든 가치는 진솔한 나의 삶 이야기이다. 나의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이지만 독자들의 삶에서 실제로 겪을 수도 있는 사건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실제적 체험은 내 삶의 모든 국면과 관련되고 그것을 전체적으로 작품의 소재로 삼기에 나의 삶이 곧 문학이다.

내가 걸어온 길은 굽이돌아 가는 길보다는 빠르게 가는 길을 선택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예까지 걸어온 모든 시간이 소중하였다. 그렇지만 반복되는 일상의 날이라는 생각으로 시간에 떠밀려 보낸 날들이 더 많았다. 생각해보니 수없이 스치고 지나간 사람 중에 내가 먼저 마음의 빗장을 풀고 만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것도 좋은 관계로 유지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문학인으로 마음을 정화하지 못하였다. 감정적으로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가 다반사였다. 이 또한 나의 욕심과 아집이었다. 그동안 아집과 욕심에 사로잡혀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아 혼자만의 생각에 괴로워하였다. 돌이켜보니 나를 방어한다는 알량한 아집의 빗장을 걸고 나만의 욕심을 채우고 있었다. 이제는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내려놓아야겠다.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틈을 보여 주는 것이다. 틈이 없다면 사람들이 비집고 들어올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자신을 방어한다는 명목으로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고 상대에 틈을 주지 않았다. 아니 상대가 틈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이 문학이라며 머리로는 생각하면서 가슴으로 실천하지 못한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다. 좀 더 진솔해야겠다. 그리고 절실해야겠다. 그동안 나는 문학을 생업으로 하는 전업 작가보다는 절실함이 부족하였다. 글을 쓰지 않으면 몸살을 앓는 절실함이 부족하였다. 작가로서의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이제 글을 쓸 때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하여야겠다.

더불어 가야 할 삶의 길 내가 먼저 마음의 빗장을 풀어야겠다. 많은 사람이 내 안에 들어와 함께 웃고 함께 즐거워할 나의 길을 만들어 가야겠다. 대청호 둘레 길 가로수 터널 틈새를 비집는 연초록 햇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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