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자체 대학평가 … 학생들만 피해
교육부·자체 대학평가 … 학생들만 피해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6.04.19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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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대 올해 3개 학과·청주대 2개 학과 모집중단

“입학 한달만에 폐과·복학하니 학과 명칭 변경도”
서원대 한국어문학과 전찬혁씨(4년)는 복학한 지 한 달 만에 내년부터 학과 모집 중단으로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작가가 꿈이었던 찬혁 학생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가고 나니 학과가 한국어문학과로 변경됐다.

지난해 학점교류 학생으로 선발돼 캐나다에서 1년을 보내고 올 3월 복학하고 나니 이젠 학과가 사라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씨는 “작가가 되고 싶어 국문과에 입학했는데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학과 이름이 바뀌고 이젠 학과가 사라진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며 “어문과 예술계열은 취업보다는 학업을 지속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은 데 취업이 안된다는 이유로 학과 모집 중단을 결정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구조개혁평가와 대학별 자체평가로 대학생들이 멍들어 가고 있다. 입학한 지 한 달 만에 학과가 사라지고, 복학해보니 학과 명칭이 변경돼 있는 등 이유없이 학과가 사라지는 피해를 고스란히 학생들이 떠안고 있다.

교육부는 전국 대학교를 대상으로 구조개혁평가를 시행해 매년 하위 15%를 선정,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해 국가사업 신청 자격을 제한하는 등 행·재정적 불이익을 주고 있다. 이런 사정으로 대학들은 교육부의 구조조정 칼날을 피하고자 대학 나름대로 자체 평가를 통해 통폐합 학과를 선정하고 있다.

서원대학교는 4월 한 달 동안 지리교육과를 비롯해 한국어문학과, 공연영상학과 등 3개 학과에 대한 모집 중단을 결정했다.

지리교육과는 교육부의 교원양성기관 평가 결과에 따라 한국어문학과와 공연영상학과는 프라임 사업은 탈락했지만 오는 8월말 예정된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를 위해 모집 중단을 결정했다.

서원대는 몇 년 전부터 전체 학과를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3년간의 평가를 통해 하위 20%(학과 5곳)에 3번 포함되면 학과 모집 중단을 결정하기로 전체 교수들에게 공지했다.

대학은 자체 평가에서 하위에 3번 이상 포함된 학과라면 교육부 평가에서도 점수를 깎아 먹기 때문에 모집 중단은 어쩔 수 없다는 견해다.

서원대 관계자는 “교육부 평가에서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되면 학생들의 국가장학금 신청이 제한돼 많은 학생이 피해를 본다”며 “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 지원 제한을 받지 않도록 하려면 대학 스스로 교육부 평가에 대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주대학교도 교원양성기관 평가 결과에 따라 음악교육과와 체육교육과 모집 중단을 결정했다. 지난해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되면서 특성화 사업을 통해 융복합 학과를 육성하고 학과 정원 감축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도내 모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시행하면서 국립대보다는 사립대 정원 감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교육부의 평가가 폐지되지 않는 한 대학이 살아남으려면 자체적으로 학과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금란기자

silk8015@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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