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삶의 비타민
봄과 삶의 비타민
  • 박경희<수필가>
  • 승인 2016.04.0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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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박경희

완연한 봄이다. 향긋하게 풍겨오는 땅 냄새와 푸른빛이 더 진해진 많은 풀잎 위로 기우는 햇살은 더없이 아름답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의 웅장함도 감동적이지만 도심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저녁 햇살의 여유와 장엄한 침몰 또한 아름답다. 저무는 햇살이 아름다운 것은 혼신을 다하여 품어내는 빛 때문인 것 같다. 아니 또다시 떠오를 희망 때문인지 모르겠다. 내가 봄이 오는 길 위에서 아름다운 꿈을 꾸듯이 말이다.

봄이 오면 괜스레 마음이 설레고 황홀해진다. 이것은 단순히 기분이 아니라 인체의 화학적 반응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뇌 속에서 세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남성보다는 감성이 발달한 여성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봄은 기쁨과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계절이다. 작고 단단한 씨앗에서 힘찬 새싹이 오르면 검은 대지는 옷을 갈아입고 만물이 생동하기 시작한다. 봄바람은 대자연뿐 아니라 사람들 마음에도 분다. 그러니 봄바람이 불면 애써 피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바람을 타는 것이 우주 만물의 섭리에 편승하는 일 아닐까. 만약 이를 외면한다면 우리의 마음은 심각한 결핍증세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음, 또는 생활의 비타민 결핍증이다.

비타민의 사전적 의미는 ‘영양소의 한가지로 동물의 성장에 꼭 필요한 유기화합물’이다. 백과사전에서는 ‘미량으로 생체내의 물질대사를 지배 또는 조절하는 작용을 하지만 그 자체는 에너지원이나 생체구성 성분이 되지 않으며 더욱이 생체 내에서는 생합성 되지 않는 유기화합물’이라 정의 하고 있다.

곰곰이 살펴보면 비타민은 꽤 까다로운 영양소다. 열량을 내거나 신체 일부를 구성하는 것도 아니면서 체내의 물질대사를 ‘지배’까지 하며 탄수화물처럼 지방으로 저장해둘 수도 없고 미리 섭취해 둘 수도 없다. 그러면서 필요한 양은 ‘미량’이다.

인간의 삶에는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이렇게 교묘하게 작용하는 비타민이 있다. 흑백의 일상에 색을 입히고 지루한 하루하루에 활기를 주는 것! 그것은 예술일 수도 있고, 여행일 수도 있으며, 패션일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 소박한 취미일 수도 있다.

사람에 따라 필요한 종류는 다르지만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비타민은 한두 가지씩 존재하기 마련이다. 마음을 위한 비타민 역시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지만 결핍되면 삶의 불균형을 가져오기도 한다.

 봄은 분주하면서도 나른한 계절이다. 가장 큰 원인은 나이 먹은 것에 대한 회한 때문일 것이다. 화사한 봄날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생각으로 시름에 잠긴다는 것은 정말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봄이 너무 짧아진 듯하다. 잠시 느껴볼 만하면 벌써 지나가고 없으니 말이다. 희망찬 시작과 내일을 위한 준비, 한 박자 쉬어가는 넉넉함이 공존한다.

봄이 오면 더욱 간절해지는 삶의 비타민. 중요한 것은 물리적인 비타민이든 감성적인 비타민이든 미량이라도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긴 겨울 웅크리고 있던 몸과 마음을 활짝 펴고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고 싶은 때이기도 하다. 대지를 뚫고 푸른 싹이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밀듯, 봄이 오른 마음은 그저 밖으로 낯선 곳으로 뛰쳐나가고 싶다. 이럴 때 봄심을 자극하는 문화 예술로 감성 나들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평소에 접하지 않았던 낯선 분야일수록 더욱 좋다.

봄에 떠나는 문화 여행은 비타민처럼 일상에 컬러를 부여하고 생기를 불어 넣는다.

콘서트, 사진촬영, 전시장 관람, 오페라나 연극 관람 등 잔잔하고 노곤한 일상에 신선한 파란을 던질 문화 비타민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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